[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 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쏟아지는 곳, 8년째 지루한 내전이 이어지며 35명이 넘는 사상자와 1000만여명의 난민이 양산된 곳. 그런 시리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이야기다.
시라야 다라야 시민들은 2011년 아랍의 봄 초기에 전개된 비폭력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무차별 진압과 학살을 당한다. 도시가 정부군에 의해 봉쇄되면서 의약품 보급마저도 끊긴 상황에서도 다라야 사람들은 도서관을 만들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2015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장으로 전쟁터 한복판에 존재하는 지하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된 저자. 그는 끊겼다 이어짐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화면을 사이에 두고 다라야 사람들이 겪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생사의 고비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책을 손에든 그들의 모습에, 비록 멀리 있지만 마치 일면식이 있는 누군가의 일처럼 빠져들게 된다.
다마스쿠스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23세 청년 아흐마드, 공학을 전공했던 23세 청년 아부 엘에즈, 반군이자 역사서를 사랑하는 책벌레 오마르 등이 만든 지하 도서관은 '책으로 만든 피난처'이자 잠시나마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인간이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등 당연하다고 느껴졌던 것에서 발아하는 삶의 희망을 조명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지구 반대편 너머에 있는 극한의 상황을 전하면서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준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지음 | 임영신 옮김 | 더숲 펴냄│244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