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B형은 진짜 제멋대로일까?
[조환묵의 3분 지식] B형은 진짜 제멋대로일까?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7.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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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성격론과 유사과학
조환묵<(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직장인 3분 지식』 저자>

[독서신문] “침대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불꽃같은 활력을 되찾아 준다”

요즘 ‘라돈 침대’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대진침대의 광고 문구다.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원소 라돈이 검출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어 또 한번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990년대 말 일본에서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로 넘어와 정수기, 공기청정기, 속옷,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됐다. 게르마늄 주얼리는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속설을 활용한 대표적 유사과학 상품이다. 실제 NS홈쇼핑, 홈앤쇼핑, 아임쇼핑 등 TV홈쇼핑 3사가 게르마늄 주얼리 등을 건강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게 방송했다가 법정제재를 받았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언뜻 들으면 과학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주장이나 이론을 유사과학, 즉 사이비과학이라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2005년께 음이온을 유사과학으로 지적한 바 있지만, 최근 다시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며 “유사과학은 약간만 방심해도 사람들 생활 속에 파고들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주장했다. 

유사과학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일그러진 가치관을 먹고 자란다. 일례로 한때 “여성은 알카리성, 남성은 산성 식품을 많이 먹어야 아들을 가질 수 있다”는 ‘아들 낳는 비법’이란 황당한 성결정론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낭설이다.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남아 선호사상이 의도적인 왜곡을 일으켜 유사과학이 태어나도록 부추긴 것이다. 

‘아들 낳는 비법’은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없어졌지만, 양심을 속이는 기업인이나 사이비 종교인 등을 통해 아직도 유사과학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시급하다.

<사진출처= 시네마제니스 영화포스터>

“O형은 리더십이 있어 정치가가 어울린다.” 
“A형은 소심해서 소개팅에서 피해야 할 타입이다.”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다.”
“B형 남자는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혈액형 성격론 또한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으로 판명 난지 오래됐지만, ‘A형은 소심하다’거나 ‘B형 남자는 제멋대로다’라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아직도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많은 책은 물론,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가 히트할 정도다. 회사에서도 재미 삼아 혈액형을 물어보고 성격을 맞춰보곤 하는데 비슷하게 들어맞으면 맞장구 치며 즐거워한다. 사실 혈액형 성격론은 그 태생부터가 의심스럽다. 

나치 독일은 오스트리아 병리학자인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가 고안한 ABO식 혈액형 이론을 우생학적으로 악용하여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결정된다는 연구를 진행했다. 독일민족인 아리안민족은 A형과 O형이 80%가 넘지만, 유대인과 동양인은 B형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A형과 O형은 우수하고, B형은 열등하다는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의 근거가 됐다. 

1927년 독일에서 유학한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 교수는 불과 319명을 조사하고 연구해 <혈액형과 기질>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1970년에 방송 프로듀서인 노미 마사히코가 상상력으로 쓴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혈액형 성격론이 유행하게 됐다. 

의학계는 사람의 성격이 유전자나 뇌의 구조에 따라 만들어지며 혈액 자체에는 성격을 좌우하는 유전인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의 혈액을 다른 사람의 혈액으로 바꾼다고 해서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전 세계에서 혈액형 성격론을 믿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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