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은 왜 두려움을 버리라고 했을까?... ‘두려움이 필요한 이유’
차범근은 왜 두려움을 버리라고 했을까?... ‘두려움이 필요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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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진 능력을 두려움 없이 쏟아주면 팬들이 기억할 것”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한국-독일전이 열린 지난 27일 차범근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에게 전한 격려의 말이다. 그는 ‘두려움’을 버려야할 대상으로 간주했다. 이처럼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물론 차 전 감독의 격려는 두려움으로 위축되지 말라는 의미였을 테지만, 정말 두려움은 없어져야할 감정일까. 

전(前) 미국 모굴 스키 국가대표 선수로서 스포츠 월간지 <파우더>가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로 선정한 크리스틴 울머(Kristen Ulmer)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 삶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며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주변까지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 두려움을 용납해야 한다고 주장할까. 그의 말을 듣기 전에 먼저 ‘도마뱀의 뇌’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책 『두려움의 기술』에 따르면 도마뱀의 뇌는 인간의 뇌척수 상단에 위치한 아몬드 두 알만 한 크기의 부속 기관으로 주로 두려움을 관장한다. 우리가 어려운 부탁을 받았을 때 ‘거절해야해’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도마뱀의 뇌’ 때문이다. 울머는 “두려움이 도마뱀의 뇌 〉 감정 〉 생각 〉 행동의 순서로 작동한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감정을 통해 두려움을 해결하려 하지만 (순서상으로) 이는 잘못된 접근법이다”라고 주장한다. 도마뱀의 뇌는 감정이 느끼기도 전에 두려움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접근법은 무엇일까. 울머는 “두려움을 변화시킬 수 있거나 없앨 수는 없다”며 “두려움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대한 거절은 곧 자신을 거절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두려움은 내 안의 한 부분이 고장 나, 고쳐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학대를 당해온 여성은 겁에 질려 무기력에 빠지게 되지만 이런 (폭력적)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무기력에서 벗어나 해결 방법을 찾게 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두려움을 잘 활용하면 이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압도되기 상황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 두려움의 감정을 애써 외면하고 없애려 하면서 오히려 피해의식,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만 키우며 악순환을 이어간다. 또 누군가는 얼어붙거나 안절부절못하며 과도한 하품, 다리 떨기, 머리카락 만지기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적대적인 태도로 두려운 감정을 대하면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억압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억눌린 성욕은 변태적 성 욕망으로 표출되고, 자신의 약점과 비판적 관점에 대한 억압은 약점을 지녔거나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쉽다. 또 마음 한 구석에 가둬놓은 질투심은 집착으로. 하찮음은 자격지심, 경멸감은 거짓 친절로 그리고 다시 우월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려움을 존중할 수 있을까. 울머는 ‘나는 두려워’, ‘나는 불완전해’, ‘내가 늘 가치 있는 사람은 아니야’ 등 자신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인정하라고 충고한다. 자신의 이상향과 일치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두려움이 들겠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두려운 감정을 해소하려고 들였던 에너지를 두려움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 들인다면 상황을 훨씬 나아질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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