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원한 선과 악은 없다… ‘적절한 시기’만 있을 뿐 『시민의 교양』
[리뷰] 영원한 선과 악은 없다… ‘적절한 시기’만 있을 뿐 『시민의 교양』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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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뽑아야 하는가, 자유한국당을 뽑아야 하는가. 돈을 잘 버는 기업에게 혹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민 전체에게 동등하게 세금을 걷어야 하는가. 국가는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해야 하는가, 시민 전체가 지배해야 하는가.

누구나 각자의 정치적 신념이 있을 것이고 그 신념에 따라 어느 당을 지지할지, 어떤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한다. 누구나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이 있고, 그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명확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이자 인기리에 연재된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 채사장은 후속작 『시민의 교양』에서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단지 “당시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채사장은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걷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항상 논란이 돼 왔다. 부자이면 부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나 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은 차별이며 직접세(재산에 따라 부과하는 부유세와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누진세)를 줄이고 누구나 동등한 양의 세금을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저자는 “둘 다 틀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자와 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한국은 2015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자와 하위 10%의 소득자 간 격차가 10.1배로,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가난한 사람보다 매년 10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9.6배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프랑스가 6~7배인 것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또한 201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세율은 우리나라가 대략 24%인데 반해, OECD 회원국의 평균 비율은 34%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한국은 낮은 세금 징수와 이에 따른 낮은 복지 지출로 빈부격차가 심화됐고 따라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세금을 인상해도 충분한 여유가 있다.

그러나 부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를 반대하는 입장도 논리적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경제협력기구인 OECD의 평균에 익숙해 있는데, OECD 회원국과 한국은 성장해온 역사부터 다르다. 그들은 수 세기 전에 근대화를 시작했고, 자신들의 앞선 산업화를 기반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어서 오랜 기간 착취했던 제국주의의 역사가 있다. 한국도 그 식민지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고작 반세기 동안 이뤄져 왔고 이미 한참 발전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또한 우리와 경제 성장의 역사가 비슷한 신흥경제지역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비교한다면 한국의 세율은 결코 낮지 않다. 즉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선진국들만큼 선진국이 아니며, 부자 증세를 해 복지를 늘릴 만큼 풍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들도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를 고려해 높았던 법인세를 현재보다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주장에 근거를 더한다.

세금을 더 거둬들여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정의로워 보이다가도, 다른 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다른 선진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세금 인상과 복지 강화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세금을 인하하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고 개인의 노동 의욕을 고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으며 결국 ‘시기의 문제’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한쪽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상태가 악화되기 마련이다. 채사장은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부유층의 세금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인 시기가 있고, 국민 전체의 세금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인 시기가 있다”라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부는 한계를 넘지 않는 선까지 정책의 방향성을 밀어 붙인다”라고 말한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정부는 시민의 반발이 있기 직전까지 국민 전체의 세금을 인상하며, 반대로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정부는 부유층의 반발과 이탈이 있기 직전까지 직접세에 대한 증세를 밀어붙인다. 저자는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부동의 시민들이 문제”라며 “그들이 사회의 절대다수일 경우 그 사회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특정 계층, 특정 계급의 이익만을 반복적으로 보장하는 부정한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현명한 시민이라면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교양』
채사장 지음│Whale books 펴냄│352쪽│15,000원

*해당 리뷰 기사는 <공군> 6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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