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무엇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가
한국 언론, 무엇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가
  • 조완호
  • 승인 2006.04.0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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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호 (한성디지털대 교수 · 계간 문학마을 발행인)
 

 


몸집이 장대하고 힘이 황소와 같이 센 사내라고 해도 몸가짐이나 마음을 정숙한 여인처럼 다소곳이 하면 천하의 물을 모아 흐름을 주도하는 골짜기와 같이 덕성을 지닌 인물로 숭앙을 받는 법이다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그러나 오늘의 경박한 인심은 쥐꼬리만한 힘을 가지고도 천하를 뒤엎으려고만 하니 하루도 고요할 날이 없이 이런저런 격랑에 휘말리곤 한다. 정치를 한다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고, 대중매체에 적을 두고 종사하는 것들도 대개가 그런 것들이라 하는 말이다. 그야말로 까발리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무리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연일 패배주의로 인해 자조감에 빠져 있던 우리에게 모처럼 우리 민족이나 국가의 저력 그리고 우수성을 절감케 해주었던 황우석 박사를 ‘특종特種’이라고 하는 소영웅주의에 빠져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위기에 봉착케 한 어느 방송을 두고 하는 얘기고, 이를 조정해 평정하기는커녕 풍파를 더하게 한 시원찮은 정치권의 수다스런 무리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치가 숙성되어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도할 줄 알고, 또 기다릴지 알이야 한다.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일이 다 의문투성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행동하기 이전에 그것이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도대체 윤리라는 것의 잣대는 무엇을 재기 위한 것이며, 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보다도 한 과학자와 그를 돕는 후학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이를 관심 있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야에 먹물을 퍼부은 것은 사실에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어떤 이유를 들러대도 욕먹을 짓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개체생명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익을 저해하면서까지 유언비어를 퍼트린 것은 난장판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절대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대계相對界에서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술책이나 음모에 따른 계략은 간교奸巧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준비 또한 오랜 동안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사람들의 이목이나 챙길 요량으로 일단 터트리고 보자는 태도는 테리법과 다르지 않다.
 노자老子가 ‘현자賢者’를 경시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을 미끼로 해 천하를 낚으려 하는 그들의 욕심을 천박한 의미로 표현해 두려워서였다. 사실 우리의 경우는 앞에 나서 설치는 사람을 존경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가 보여주었던 것은 숭고할 정도의 애국심과 학자적 겸손함 그리고 철저한 신념이었다. 연일 연예인들이나 나와 주책을 피는 꼴을 들여다보며 식상해 있던 국민들에게 그는 신선함 그 지체였다. 사실 언론인에 대한 편견 중에 하나는 틈만 보이면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부정적인 견해도 들어 있었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그것이 표출된 바라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예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 김동리의 <해방>이다. 김동리는 해방직후의 문제적 인물로 친일파 못지않게 모리배에 주목했었다.
 ‘해방주보사’의 주필이며 좌익동맹 가담자로 모리행위를 한 신철수는 “친일파 민족반역자와 악질 모리배를 철저히 적발하도록 규탄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해방주보를 발행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이들을 찾아다니며 문화사업을 위하여, 사회사업을 위하여, 혹은 이재罹災동포를 위하여 약간의 후의를 베풀어 달라”고 구걸을 하고 다녔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로기사를 내곤 했던 것이 그의 구황대책이었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한 예이긴 하지만, 손바닥만한 동네에까지 대여섯 개씩 신문사며 지역방송이 기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볼 때, 간과만 할 일도 아닐 것 같다. 이른바 특종 잡기에 혈안이 된 무리들이니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정권보호 차원이 아닌 좀더 대국적 견지에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 확보 및 강화를 위해 뛰는 의로운 언론인들이 한국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해야 할 때다. 그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지쳐 있고 쾌적한 기사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특종이나 노려 대의를 저해하는 잔챙이들이나 그런 무리들로 채워진 허울뿐인 언론기구의 해체일 것 같다. 아니,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 같다.
독서신문 1394호 [200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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