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NO, 문자만 OK’... 감정소모 꺼리는 현대인
‘전화 NO, 문자만 OK’... 감정소모 꺼리는 현대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2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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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웬만하면 전화 대신 메신저로 연락 주실래요” 

무역회사에서 구매 업무를 맡고 있는 윤소연(33·가명)씨는 전화를 걸어오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이나 QQ(중국 메신저) 등 메신저로 연락 줄 것을 부탁한다. 갑작스런 전화로 업무 흐름의 끊김을 막고 소통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감정소모를 최소화 하고자 함이다. 전화보다는 메신저로 소통하는 게 간편하고 긴장감도 덜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이런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다. 중국 장춘의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인경(35)씨는 딩딩(钉钉)이란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유사하지만 업무용으로 만들어져 근태관리, 보고서 제출, 회의 소집, 출장 보고 등 모든 업무가 메신저에서 가능하다. 글자 입력이 복잡한 한자 특성상 음성 메시지 활용 비율이 한국보다 다소 높은 것 빼고는 책상 하나 건너 동료에게도 메신저로 말을 건네는 모습은 한국과 유사하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이 점차 ‘대면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새롭게 사전에 등록된 퍼빙(phubbing·휴대전화의 'phone'과 무시한다는 뜻의 'snubbing'의 합성어로 주변 사람에게 냉담할 정도로 스마트폰에만 열중하는 태도)이란 신조어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심리 분석 전문가인 셰리 터클(Sherry Turkle) MIT 교수는 책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오늘날 우리는 대화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다”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접속하면서도 서로를 피해 숨으면서 공감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공감 능력의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몇 해 전 모 중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 몇몇이 동급생을 따돌리는 일이 일어났다. 자초지종을 묻는 선생님에게 가해 학생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피해 학생이 기분 나빠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잔인한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져 꼭 여덟 살짜리 아이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김유정(37·가명)씨는 5년간 만난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문자 이별 통보가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대면하기 미안하고 이별을 거부할 것이 뻔한 남자친구의 모습에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GM군산 공장 폐쇄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해고 통지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문자 통보는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서 인지 ‘근로계약 해지 통지서’를 사진으로 찍어 전달해 논란을 낳았다. 

그렇다면 대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심리분석학자인 터클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 서로에 대한 실망감, 공동체가 부족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화의 경험 속에서 각인된 상처와 이를 치유해줄 선한 공동체가 없는 문제에 주목해야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유아기와 청소년기부터 다른 사람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모가 본보기가 돼 휴대폰을 멀리하고 집 식탁에서 경청하는 법과 스스로를 변호하고 남과 타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훈련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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