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사무실에서 자꾸만 쌓이는 이면지와 종이컵이 신경 쓰이던 정화, 환경 단체에서 일하던 신범. 이들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유럽의 농부들을 만나러 떠났다. 독일의 도시숲과 지역 시장,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와 영국 우프(유기농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곳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 등을 직접 체험해보고 느낀 점을 담았다.
독일 베를린의 작은 시장인 콜비플라츠 시장은 크기가 정말 작았고 유기농 야채와 고기 같은 식재료, 친환경적인 물품이나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길 끝에 있는 네팔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에서 렌틸콩으로 끓인 수프인 ‘달’을 한 그릇 사서 나눠 먹고,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가 다시 역 쪽으로 걸었다.
스톡홀름에서는 밀가루나 설탕, 쌀과 오트밀 같은 식재료를 빅 키친 옆 창고에 구비해놓고, 공동체 구성원과 게스트 누구나 원하는 만큼 가져다 쓸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밥’처럼 덴마크 사람들이 식사할 때 꼭 먹는 덴마크식 빵도 항상 떨어지지 않게 구워 냉장고에 보관했다. 또 다른 냉장고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우유와 요거트가 항상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사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잘 다니곤 했는데, 덴마크 사람들이 자전거에 매우 능숙한 것처럼 스반홀름 주민들도 대부분 자전거를 잘 탔다. 그들은 가까운 거리엔 당연히 개인 자전거를 이용했고, 먼 거리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동체 소유의 전기 자전거나 자동차를 빌렸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전기 자전거는 여러 대가 있는데, 공유 게시판에 등록돼 있어서 필요한 사람은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돼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하도록 시스템이 돼 있었다.
스반홀름에서 처음 접해본 기계 중 하나인 워딩머신은 잡초를 제거해주는 정말 신개념의 기계였다. 어느 날 아침, 오늘의 작업은 당근밭 잡초 제거라는 말을 듣고 이동했는데 흰색 천막으로 덮인 수레 같은 게 보였다. 트랙터가 기계를 끌고 가면 그 안에 사람들이 엎드려 앞으로 끌려가면서 눈앞에 있는 잡초를 뽑는 아주 기본적인 기계, 아니 수레였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종합재미상사 지음|들녘 펴냄|288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