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나도 이미 찍혔을 수 있다
몰카, 나도 이미 찍혔을 수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6.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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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핸드폰 케이스·차키 등 몰카 전성시대
<사진출처=포털 사이트 다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 15일 사회문제로 대두한 ‘화장실 몰래카메라’를 없애기 위해 50억원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5만여 곳에서 상시로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일시적이며, 몰카 판매와 판매자를 막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불법촬영 문제, 즉 몰카 문제로 시끄럽지만, 여전히 몰카는 구하기 쉽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몰카’라는 단어를 치면 가장 첫 화면에 ‘쇼핑’란이 뜨고 ‘초소형몰래카메라/무선캠코더/다모아캠/안경형 캠코더’라는 상품 판매 홍보가 있다. 이중 최상위에 노출되는 안경형 캠코더의 가격은 38만5,000원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몰카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하며, 대부분 몰카라는 것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일반 사물과 똑같은 모양이다. 볼펜형 몰카에 달린 카메라는 카메라라는 것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가 작다. 화재경보기형 몰카도 일반 화제경보기와 차이가 없다. 모자, 차키, 시계, 넥타이, 라디오, 핸드폰 케이스, 장갑, 시계, 액자형 몰카 등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판매자가 만들어내기만 하면 평범한 사물들이 몰카로 둔갑하는 모양이었다.

18일 기자가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몰카 판매 사이트에 연락하자 한 남성이 받았다. 일반 넥타이와 구별이 되지 않는 ‘넥타이 몰카’에 관해 묻자 판매상은 “넥타이 몰카는 찍기는 편하지만, 화질이 좋지 않다”며 “한번 충전하면 촬영시간은 두 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가격은 약 15만원이다. 그는 “화질이 좋은 것은 더 비싸다”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차키 몰카이며 가격은 45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15만원에서 40만원대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몰카 상품을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후기가 많다. ‘어제 받아서 테스트로 사용중’, ‘평소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이라 어색하지 않다’, ‘촬영하기 매우 편안하다. 안경 형태도 그렇게 투박하지도 않다’, ‘촬영하기도 편하고 화질도 좋다’는 식의 상품 평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이 후기들을 작성한 사람들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소지가 높다. 카메라 등으로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타인의 신체를 촬영·유포하면 형법상 ‘불법촬영’죄이며, 이는 최대 징역 5년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또한, 촬영물이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상대방을 촬영하는 것은 ‘무단촬영’이며 피해자는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무단촬영당해서 소를 제기할 시 피해자의 피해에 따라서 가해자는 최소 5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몰카는 구하기 쉽다. 용산역의 한 출구 앞에는 ‘몰래카메라 판매’라는 간판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이에 일부 여성들이 몰카를 막기 위한 용품들을 사는 것은 창조경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성들이 이른바 ‘몰카 방지 용품’을 샀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몰카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구멍이 보이면 찌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송곳, 구멍을 막을 하우징 실리콘, 스티커가 대표적이다.

공중화장실 내 몰카를 막을 실리콘을 구매했다는 한 여성은 “몰카 판매를 규제하지 않는 이상 범죄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하지 않아 총기 사고가 꾸준히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몰카 판매를 규제하자는 의견은 국회에서 다수 발의된 상태다. 19대 국회에서는 장병완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변형카메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20대 국회에서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장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진선미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위장형카메라를 제조·수입·수출·판매(이하 취급)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춰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등록 ▲위장형카메라를 취급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소지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춰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등록(등록한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고자 할 때도 동일)해야 한다.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또한 다수가 올라왔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위장형·변형 카메라의 제조·수입·판매 과정에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또한 이날 청와대 SNS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위장형·변형 카메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지난달 마무리됐다”며 “범정부 차원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동시에 국회에 계류 중인 ‘위장형 카메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잉 규제가 더 많은 범죄를 초래할 것”, “자유시장경제에 어긋나는 얘기”, “몰카 판매상들의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규제의 효용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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