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족 속에서의 사랑과 웃음
사회 논평가 세다리스의 예리한 위트가 담긴 자전적 이야기
사회 논평가 세다리스의 예리한 위트가 담긴 자전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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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특징은 다른 버라이어티 쇼와 큰 차별을 느낄 수 없다. <무한도전>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6명의 주인공들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마치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전달 된 가족애는 때로는 웃음을, 그리고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동으로 인한 눈물을 안겨 주었다. 어딘가 모자른 그들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웃고 울었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은 명실공히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에 나오는 세다리스 가족의 에피소드는 왠지모르게 <무한도전>과 닮아있다.
착한 아이였다기보다는 착한 아이를 연기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허풍쟁이 아버지와 쿨한 어머니의 성정을 발견하고 깨달았던 순간, 누나와 여동생의 인생살이, 그리고 유일하게 자식을 두고 사는 욕쟁이 막내 폴의 탄생과 그 폴이 아버지가 되는 과정 등, 오프닝을 장식하는 몇 편의 우스운 이야기에서 날카롭게 가슴을 도려내는 그 이후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쉴 새 없이 흐르며 다양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러 종류의 웃음들을 마치 폭탄 동시다발로 일으키고는 있지만 이 작품이 가지는 가치는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이다. 본디 냉소적인 위트와 예리한 사회 논평으로 「에스콰이어」지와 「뉴요커」지에 정기적으로 에세이를 기고하며 이름을 알린 세다리스는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또한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어떤 작은 부조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숨기고 싶을만한 자신의 저열한 마음과 행동을 뻔뻔하게 서술하여 독자에게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유머에 공감하고 반응한 독자들은 별로 밝히고 싶지 않았던 자기 자신의 저열함을 멋쩍게 드러낸다.
이 책 속에는 능력이 뛰어난 히어로는 없다. 그런 히어로들이 그릴 수 없는 우리의 일상들이 소소하게 베어 나온다. 평상시에 영롱하게 빛나는 우리의 삶. 비록 당장 느낄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그 때가 참 좋았었는데’ 하고 회고하게 되는 그런 기분 좋은 일상들이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유머 속에 담겨있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 박중서 옮김 / 시공사 펴냄 / 420쪽 / 11,0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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