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손문호 "사람과 시대를 잇는 옛사람의 편지"
[작가의 말] 손문호 "사람과 시대를 잇는 옛사람의 편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17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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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옛사람들의 편지를 주제로 하는 책의 집필을 맡아 달라는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옛 편지라면 한문 내지 고문으로 작성됐을 것인 만큼 한문학 또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전공이 동양정치사상사 내지 한국정치사상사이기 때문에 웬만한 문헌은 읽었지만 전공자에 비길 것은 아닐 터였다. 

책을 읽던 중 회재 이언적의 아들인 잠계 이전인이 부친을 현양하기 위해 퇴계 이황에게 지도를 요청한 데 대한 퇴계의 답신들, 그리고 회재의 손자이자 잠계의 아들 구암 이준이 소재 노수신에게 조부의 『대학장구보유』발문을 요청하는 편지 등이 있었다. 그 편지들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생각과 정서는 물론 그들의 삶, 나아가 당시의 사건과 역사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풍성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다른 편지와 이번 역사적인 인물들의 편지를 모으고 생각을 보탠다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흐르면서 집필 권유를 받아들이게 됐다. 

편지글을 통해 옛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그런 의욕이나 기대는 바로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편지의 선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편지를 발굴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를 갖춘 것들은 대체로 이미 많이 조명된 뒤였다. 독해와 집필에 있어서도 폭과 깊이를 갖추는 동시에 남다른 섬세함을 보이고 싶었지만 나 자신의 전공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인문학 일반을 지향하는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내 전공의 연장인 '편지로 읽는 조선의 정치사'가 되고 말았다. 편지를 따라가다보니 체계적이고 엄밀한 서술의 논저가 아니라 수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정치와 역사에 대해 보다 섬세하고 폭넓은 이해를 얻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옛사람의 편지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펴냄 | 41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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