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가는 ‘북촌한옥마을’, 대책은?
병들어가는 ‘북촌한옥마을’, 대책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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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관광객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이다.

북촌한옥마을 곳곳에는 영어·일어·중국어로 “관광객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제발 오지 말아주세요”, “쉿 조용히 해주세요. 이곳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안내문과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던 한옥마을은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방문코스로 알려지면서 이전의 평온함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는 하루 평균 1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그중 70%는 외국 관광객으로 한국적인 풍경을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한국적인 풍경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인상적인 장면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면서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자주 빚어진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에게는 일상이지만 그 모습이 새로운 관광객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카메라를 들이밀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담장을 넘어 집 내부를 촬영하거나 허락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 주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들뜬 마음에 평소보다 크게 나오는 목소리가 모여 소음이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관계당국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 유일한 제재장치... 그마저도 적용 어려워

관광객의 도를 넘는 행동을 제재하기 위한 법률로는 경범죄처벌법이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 또는 여러 사람이 타는 기차·자동차·배 등에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 또 악기·라디오·텔레비전·확성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시끄럽게 한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법률을 관광객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음주 상태에서 거친 말과 행동을 하거나, 확성기나 악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법률도 있지만 단지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야간만이라도 관광객 진입을 막아달라는 의견도 있지만 북촌마을을 오가는 길은 국유지로, 사람의 통행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전 세계적 문제

오버투어리즘은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한 말로,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을 심하게 겪고 있다. 베네치아에는 하루 평균 6만여명, 한 해에만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랐고 현지 주민은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현지 당국은 호텔 신축과 크루즈 입항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난 4월에는 현지 경찰이 베네치아로 통하는 출입로 2곳에 회전문으로 된 검문소를 설치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인파가 많을 경우 현지 주민만 통과시키고 관광객의 이동은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광객에게 세금(관광세·오락세·체류세)을 부과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경우 유명관광지에서는 관광객에게 기존 숙박료의 10~11%를 관광세로 걷고 있다. 이 외에 유흥업소 출입 시에는 입장료에 6%를 더 붙인 ‘오락세’를 받는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등은 관광객에게 ‘도시진입세’를 징수하고 있다.

북촌한옥마을 주민피해, 해결 방법은?

북촌한옥마을 주민의 피해가 극심해지자 서울시와 종로구는 아침과 저녁에 관광을 금지하는 ‘관광 허용시간’을 도입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하고 일요일은 아예 ‘골목길 쉬는 날’로 지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정 시간 외에 관광을 강제로 막을 제도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지킴이’가 지정 시간 외 관광을 자제하도록 개도할 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입장료를 받아 관광객 수를 줄여야 한다”는 등 정부의 현실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선 관광객과 일상을 누리고 있는 지역 주민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 의견이 배제된 관광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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