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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김미선 “누군가의 아내·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야 한다”

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아기 키우는 시간 너무 아깝잖아.” 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키우고 책도 읽으면서. 그런데 친구의 한마디에 내 삶은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내 인생이 그렇게 흥청망청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

그래, 아기 밥 먹이고 똥 치우고 아이만 보며 투덕거리며 사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그랬겠지. 아이만 키우는 내 인생은 정말 의미 없는 인생일까? 남들이 봤을 때 전업주부의 삶은 나태하고 쓸모없고 무능력한 시간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충분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나태하게 보냈던 시간을 들킨 것 같아 뒤통수를 제대로 “퍽”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 남편조차도 아이 키우는 것을 제외한 내 삶은 무가치한 것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치 없는 인생은 없다. (그렇게 보이기 쉬운)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의 인생이 책을 통해 근사한 인생으로 바뀌었다. 지금부터 그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내 동생이자 언니이자 친구인 당신도 전업주부에서 근사한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다. 구제불능 하루 중 딱 한 가지만 해보자 그건 바로 독서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 삶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말이 있다. “기러기가 눈 위에 남긴 발자국도 눈이 녹고 나면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열심히 살기는 했는데 나이 들어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면? 내 이름, 나라는 존재를 지키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않으면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 속을 단단하게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가 바로 책이다.

승진한 남편, 공부 잘하는 아이, 넓은 집, 번지르르한 주방, 해외여행. 겉만 신경 쓰다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보다는 나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인간 ‘김미선’을 위한 삶이어야 한다. 마음 깊이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지금 당신의 손 위엔 책 한 권이 놓여있지만, 책을 덮었을 때는 “짜잔~”하고 그대의 소원을 들어줄 요술 램프 하나가 놓여 있길 바라본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 엄마의 심야책방
김미선 지음 | 더블엔 펴냄 | 247쪽 | 13,000원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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