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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8’·‘허스토리’·‘거룩한분노’는 다르다… 성편견을 깨부순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6월 극장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4편이나 만나볼 수 있다. 게리 로스 감독의 ‘오션스8’,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페트라 볼프 감독의 ‘거룩한 분노’, 에비 콘·마크 실버스테인 감독의 ‘아이 필 프리티’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으로 여성 인권 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이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달에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4편 이상 개봉하는 일도 드문 일이지만 이 네 편의 영화는 과거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대다수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이 영화들은 여성을 ‘폭력적이고 과격한’ 남성성을 흉내 내는 존재로만 그리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성차별을 일깨우는 요소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년간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양적으로 늘어났으며 이 영화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터미네이터2’의 주인공 사라 코너는 1편에서 남성의 보호를 받는 존재였으나 2편에서는 아들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여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헝거게임’의 주인공 캣니스도 동생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동생 대신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인 ‘헝거게임’에 참가하는 결단력과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의 주인공 백설공주는 계모의 핍박과 살해 위협 속에 일곱 난쟁이와 신하들을 규합해 대항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이런 영화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약하고 리더십이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깬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에서 여성은 대부분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일 뿐, 과격한 폭력을 사용하는 남성적 존재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가부장적 체제 등 성 차별에 대한 아무런 비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즉, 과거 대다수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여성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남성성을 흉내 내기에 급급했으며, 영화는 성차별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여성 인권 신장에도 그리 많이 기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영화 ‘툼레이더’의 리라 크로프트나 ‘지아이제인’의 제인, ‘미녀삼총사’의 딜런·나탈리·알렉스 등은 근육질의 남성을 쉽게 제압하고 정신력 또한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관객은 이런 ‘남성을 그저 흉내 내는’ 비정상적인 여성을 보고 그저 놀라워할 뿐, 여성이 억압받는 상황이나, 이를 타개할 사고방식에 대한 깨우침을 얻지 못했다.

6월에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은 조금 다르다. 6일에 개봉한 ‘아이 필 프리티’는 뚱뚱하고 못생긴 주인공이 어느 날 머리를 부딪혀 자신이 엄청난 미인으로 변했다고 착각하게 되고 자신 있게 사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자신감을 가지니 못생긴 주인공의 얼굴에서 사람들은 매력을 찾게 된다. 이 영화는 여성에게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여성이 아닌 사람들에게 여성을 외모만으로 평가하는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기준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13일에 개봉한 ‘오션스8’은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쇼 ‘메트 갈라’에 참석하는 한 스타의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기 위해 8명의 여성 전문가들이 모이는 이야기다. 폭력적인 장면이 난무하던 기존의 ‘도둑질’을 다뤘던 영화들과는 달리 ‘우아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남성성’을 흉내 내며 도둑질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을 여성 그 자체로서 존중할 수 있게 한다. ‘헝거게임’ 등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잘 그려낸다는 평을 받은 게리 로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성 성 평등을 촉구하는 행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 유엔 여성기구에서 여성 인권 친선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던 앤 해서웨이가 활약했다.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그저 위안부 문제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문정숙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는 “여자들은 잘난 척 좀 하면 안 되나?”, “그 정도 능력은 됩니다” 등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나타내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대해 반기를 든다. 영화의 제목인 ‘허스토리(Her story)’ 또한 영어 단어 히스토리(History)의 어원이 남성(He)에 있기 때문에 여성 차별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28일 개봉하는 ‘거룩한 분노’는 1971년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해 성(性) 파업을 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성에 의해서 정의됐던 여성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2017년에 여성인권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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