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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폼장] 아버지라는 한 사람, 한 남자를 알고 싶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천공항 저 멀리 인파 속에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모습은 내 기억으로 그때가 난생 처음이었다. 아버지에게 저런 표정이 있구나! 그때 알게 됐다. (중략) “아버지는 제 나이 때 꿈이 뭐셨어요?” 아버지는 꿈이 없었다고 하신다. 너무나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도 아버지 관점에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 내 아버지는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려고, 자식들 돌보고 키우시려고, 열심히 정신없이 살아오셨구나. 참 수고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27-28쪽>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표현하고 싶었는데 입에서 나오지 않아 표현을 못했단다. 그동안 너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던 거 정말 미안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는 미안하단 말씀을 하시며 하염없이 우셨다. 그렇게 우는 모습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괜찮아요 아버지. 아버지는 제 아버지인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괜찮다고, 고맙다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 간의 파리 여행은 스쳐 지나갔다. 내 기억 속에 이번 여행은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여행,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같은 길을 걸어보는 여행, 아버지를 한 남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여행이었다.“ <58-59쪽>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찾지 않는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공포와 불안을 얹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찾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어린 시절의 집안 불화, 불안과 공포, 그리고 결핍을 통해 어린 내 안에서 내 힘으로 무언가를 꼭 찾아야겠다는 에너지가 생기게 됐다. 너무나 황당하고 웃긴 비유일까? 나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색, 새로운 소리, 새로운 눈, 새로운 뇌, 새로워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 호기심으로 여행업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사신 덕택에 지금의 내가 그나마 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 삶은 알 수 없는 우연한 과정의 연속이다. <72쪽>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실뻔』
김신 지음 | 책읽는고양이 펴냄 | 224쪽 | 13,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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