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기획
‘커뮤’, ‘그것이 알고 싶다’… 도대체 ‘커뮤’가 뭐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 온라인 세계에서 해당 캐릭터로서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커뮤’ 문화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커뮤’의 참가자들은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로 제2의 삶을 산다.

“1998년 발생한 아이 유괴 살인사건. 결국 미제 사건이 됐으며 9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2007년, 의문의 초대장과 함께 폐건물에 갇히게 된 사람들. 빛에 가까워질수록 다가오는 죽음의 문턱, 살고 싶다면 생각하라!”

위의 문구는 어느 온라인 모임의 홍보문에 적혀있다. 모임의 운영자는 위의 설정 외에도 ‘당신의 자캐(자기 캐릭터)는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의 자캐가 사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자캐는 납치·감금을 당했습니다’, ‘욕설의 강도는 심하면 안 됩니다’, ‘살인은 안 됩니다’ 등의 세부 설정을 만든다.

참가자들은 이 세부설정에 맞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리고, 해당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갖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과거사가 있었는지 등을 마치 소설과 영화의 캐릭터를 만들 듯이 창조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운영자에게 지원서를 내고 합격 발표를 기다린다.

운영진이 만든 세계관에 캐릭터가 맞아야 하므로 합격 요건은 다소 까다롭다. 만약 이 모임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들어와도 좋다는 허가를 받으면 이제 해당 모임에서 활동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운영진이 만든 세계관에 맞춰 자신의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행동, 대사 등을 적거나, 그려나간다.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 운영진이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한다. 보통 운영진이나 멤버가 세계관에 맞춰 그림이나 글을 올리면, 다른 멤버들이 이를 이어 내용을 만든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활동하는 멤버들에게 달렸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말을 볼 때까지 모임이 지속 되는 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모임 ‘자캐 커뮤’ 혹은 ‘커뮤’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자캐 커뮤’, 혹은 ‘커뮤’란 ‘자기 캐릭터 커뮤니티’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미션을 수행하며 활동하는 것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포털 카페에서 진행되는 모임은 ‘카커’,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즐기는 ‘밴커’, 트위터를 이용해 활동하는 ‘트커’ 등이 있다. 한 주에도 평균적으로 열 개가 넘는 ‘커뮤’가 생성되며, ‘커뮤’들을 전문적으로 홍보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을 정도다.

세계관이나 장르는 무한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포켓몬 트레이너가 어떤 장소에서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와 음식을 주문하면서 논다’는 설정,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영원한 낮에 살게 된 사람들이 밤을 찾아 떠나는 설정’, ‘대륙 하나에 국가가 5개 있는 제2의 지구에서 마법소녀와 빌런, 마피아가 결투를 벌인다는 설정’, ‘여러 가지를 바탕으로 추리해서 방을 탈출하는 설정’ 등 독창적이다.

“네다섯명 정도로는 진행 못 해요.” 한 ‘커뮤’ 운영자의 말이다. 운영진을 포함해 최소 10명에서 20명의 멤버들이 모여서 진행된다. 주로 ‘로그’라고 불리는 그림과 글을 이용해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대사를 하는지 보여주고, 이를 이용해 커뮤의 멤버들과 관계한다. 예를 들어 멤버 A를 지목하며 “안녕하세요”라고 글을 써서 대화를 이어가거나 자신의 캐릭터가 인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일부 유저들은 그림을 넘어 동영상을 이용해 자신의 캐릭터와 타인의 캐릭터가 관계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캐릭터가 타인의 캐릭터에게 고백하는 여러 장의 그림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고백 로그’라는 제목을 붙여 해당 ‘커뮤’에 올린다. 여러 사람의 그림과 글, 독창적인 세계관이 합쳐진 가히 종합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커뮤’는 다른 ‘서브컬쳐(어떤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 또는 주요 문화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하위문화 또는 부차적 문화)’들과 비교했을 때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일단, 그림을 잘 그려야 활동이 수월한 편이다. 전문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아마추어 만화가들도 ‘커뮤’에서 활동한다. 고유의 언어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단기’는 ‘커뮤’를 진행하는 기간이 짧다는 의미다. ‘이벤트 위주’는 큰 스토리 없이 운영진의 미션을 위주로 진행되는 ‘커뮤’다. ‘복합’은 그림과 글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을 때 쓰는 말이다. ‘리맨물’은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내용의 ‘커뮤’다. ‘시리’는 ‘시리어스(Serious)’의 줄임말로 ‘커뮤’의 스토리가 무겁다는 의미다. 용어를 알지 못하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커뮤’ 이용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용어를 아무것도 몰랐는데, ‘커뮤’를 하던 친구한테 배웠다”며 “커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지인에게 배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가해자들도 ‘커뮤’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커뮤’ 이용자들은 이 사실에 불쾌감을 표했다. 한 이용자는 “그들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조현병 환자 혹은 사이코패스”라며 “굳이 커뮤가 아니더라도 그런 짓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도 “‘커뮤’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며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고차원적인 문화”라며 “정신병이 있는 범죄자 때문에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승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책 읽는 대한민국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