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전투표, “예쁘고 잘생기면 한표?”
오늘부터 사전투표, “예쁘고 잘생기면 한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6.0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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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6·13 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를 뽑을지 대강 마음을 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하기 전에 자신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심리학책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그다지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뚜렷한 주관 없이 남을 따라 후보자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교수이자 대학 내 정신의학 및 임상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딘 버넷은 그의 책 『뇌 이야기』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에 소속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우리 자신의 판단이나 감정보다도 집단의 감정이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한다. 정치와 경제에서 많은 사람의 선택에 편승해 투표를 하거나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인 ‘밴드웨건 효과’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공약이나 후보자의 총체적인 능력이 아닌 후보자의 얼굴 때문에 해당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도 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논문 「얼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유능함과 사회적 관계가 한국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후보자들의 얼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에게 선거 당선자와 낙선자로 구성된 60명의 얼굴을 보여 준 뒤 ‘친구가 많을 것 같이 생긴 사람’을 뽑게 했더니, 친구가 많아 보일 것 같은 후보자가 당선자일 경우가 낙선자일 경우보다 많았다.

이는 후광효과(Halo Effect)와도 연관된다. 조환묵 투비파트너즈 HR 컨설턴트는 그의 책 『직장인 3분 지식』에서 예쁘거나 잘생긴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거나, 매력 있는 외모의 직장인 그룹이 그렇지 못한 그룹보다 평균 연봉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어떤 사람의 특성에 대한 평가가 그 사람의 다른 특성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의 공약이나 유능함 대신 해당 후보의 외모를 보고 표를 선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가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소신 있는 투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독일의 심리학 서적 집필가 스벤야 아이젠브라운은 그의 책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미디어, 광고, 정치가 또는 자신을 유혹하는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는 ‘제3자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대중들은 대부분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권위 있는 기관의 먹잇감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영향을 덜 받고 귀가 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감정에 휘둘려 후보자의 공약이나 말을 왜곡할 수도 있다. 스벤야 아이젠브라운은 같은 책에서 사람은 감정에 영향을 받아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상대방의 발언을 왜곡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속이는지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한다. 그는 “우리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며 “우리가 가볍게 ‘현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해서 바꾸고 변형시킨다”고 말했다.

후보자를 나름대로 철두철미하게 따져보고 선택을 한다는 사람이 많지만, 『직장인 3분 지식』에 따르면 첫인상이 결정에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사람의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 현상을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고 한다. 뇌는 처음에 들어온 정보를 입력한 뒤 그 뒤에 들어오는 정보는 이에 맞춰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에서도 “우리가 완벽하게 따져보고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라며 “때때로 첫인상은 우리가 결정을 내린 유일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이 후보자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내리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후보가 여성이며, 대학을 다닐 때 인종주의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로 이 후보를 ‘여성인권운동가’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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