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민주주의의 위기, '촛불혁명' 의미를 되새겨 봐야…
[작가의 말] 민주주의의 위기, '촛불혁명' 의미를 되새겨 봐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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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많은 미국 국민은 놀랐다. 세계가 다 놀랐다. 심지어 트럼프 자신까지 놀랐다고 한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써서 기다리고 있었다니 말이다. 

재벌 출신으로 정치 경력도 얼마 없는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동, 소수자에 대한 존중 따위는 말아먹은 듯한 태도, 삼권분립이나 언론의 자유를 우습게 여기는 자세 등을 볼 때 그가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고 가장 강력한 민주국가의 대표자가 됐음은 그야말로 놀랄 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하버드 대학교의 야스차 뭉크는 그것이 단지 어쩌다가 한 번 있을 법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한다. 돌아보면 유럽과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곳곳에서 포퓰리즘을 앞세운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집권하거나 잔뜩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에 한때 공고하다고 여겨졌던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그것만이 위기의 본질은 아니라고 한다. 관료나 법관 등 선출되지 않은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들이 국민의 대표인 선출직 정치인들을 압도하고, 국민의 뜻이 공공정책에 반영되는 민주주의의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뭉크는 이런 추세를 극복할 방법으로 '저항'을 말한다. 아직 민주주의가 완전히 폐기된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자유를 수호하는 기관도 완전히 힘을 잃지는 않았으므로, 포퓰리즘적 지도자나 정당에 대해 단호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뭉쳐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저항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가 달라져야 하고 기존에 국민들이 지녔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뭉크는 '성공적으로 권위주로의 몰락을 차단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사례'의 하나로 한국을 꼽는다. 박근혜 정권의 폭주에 맞서 수십만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당한 권력을 타도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자랑스러움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경계와 반성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뭉크가 지적하고 있는 민주주의 붕괴의 여러 조건, 가령 국민의 정치 혐오, 급속한 빈부격차, 좋은 일자리 감소, 혐오발언과 가짜뉴스 등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써 얻은 민주주의를 잃어버리고 혼란과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공고화될 수도 있고, 탈공고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완성될 수는 없다. 우리는 완성될 수 없는 것의 완성을 위해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기 바라며, 다음 세대도 계속해서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지음 |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 46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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