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북한 권력 핵심부에 대한 최초 폭로 『3층 서기실의 암호』
[리뷰] 북한 권력 핵심부에 대한 최초 폭로 『3층 서기실의 암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6.0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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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외부에서 쉽게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조직·단체에 관한 내부인의 증언은 언제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생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씨의 증언이 담긴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북한 내부 깊숙한 곳의 실상을 자세하기 비추고 있다. 특히 북한 정권의 의사결정 구조와 외교 비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지도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내용을 담아 베일에 가려진 북한의 민낯을 드러냈다. 

2016년 여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태영호씨는 "한국에 와서 보니 북한외교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높았다"고 말했다. 아마 경제난에 허덕이면서도 미국 등 강대국을 향해 큰소리 치는 북한의 배짱 외교에 놀란 사람들을 만난 듯 한데, 이에 대해 태영호씨는 "'벼랑끝 외교'라는 표현이 상징하듯이 (북한 외교는) 생존을 위한 외교이기 때문에 절박하다. 그래서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절박한 북한 외교의 원천은 '숙청'에서 비롯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외교 실패를 이유로 개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었다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물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위를 내려놓을 수는 있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재기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하지만 북한은 외교의 실패로 최고 지도자의 분노를 일으킬 경우 일가족이 모두 교화소로 보내지거나 심할 경우 총살을 당하기도 한다. 재기 가능성마저도 100%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 미래를 바꿀 수 없는 구조다. 

그런 숙청으로 지도층의 권력이 유지됐고, 숙청 대상은 최고 지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북한 내에서 막강한 권력과 재력을 지녔던 장성택 노동당 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 밖에 나면서 기관총으로 처형된 사례에서도 권력의 잔악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고모부(장성택)까지 잔인하게 살해하는 김정은의 모습에 그 외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것은 말할 나위 없다. 

태영호씨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며 공포정치로 일관하는 김정은의 말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김정일 대에는 외부정보 유입 차단, 이동통제, 세뇌교육, 정치조직 생활 등으로 체제를 유지했지만, 이런 것들은 김정은 대에 와서 모두 무너졌다"고 말한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북한에 한국의 콘텐츠를 유입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DVD나 USB형태로 북한 전역에 퍼진 한국 콘텐츠가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남한의 현실이 당국의 선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약과 한류"라며 "총살을 당해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통일운동의 주도 세력이 돼야 한다"며 "통일 자체보다는 통일 후 북한 내에서 어떻게 계층 간 화해를 이룰 것인지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북한의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혹시나'하며 통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역시나'하는 마음을 불어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지음 | 기파랑 펴냄 | 544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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