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함석헌·송건호… 시대의 현인들 말씀은 오늘날에도 통한다
[책 속 명문장] 함석헌·송건호… 시대의 현인들 말씀은 오늘날에도 통한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3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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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말씀을 들을 수 없었다면 저 엄혹한 세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우리 세대는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선생님의 전집을 펴낼 수 있었다니! 70년대와 80년대에 책 만드는 일의 고단함과 고통으로 나는 때로는 좌절하곤 했지만, 쌍문동 댁으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듣곤 하면서 그 고단함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늘 나무와 꽃을 가꾸시는 큰 사상가의 그늘 밑에서 말이다. <31쪽>

함석헌 선생은 현대사 연구의 당위성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신생국 사학계는 국사연구의 첫 과제가 자기 민족이 어찌하여 이웃 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했으며, 식민지로서 그들로부터 어떠한 통치를 받아왔으며, 자기 민족이 외세통치에 어떤 저항을 했고, 또 한편 민족 속에서 누가 동족을 배반, 식민종주국에 충성을 바쳤으며, 그들이 왜 민족으로서 구실을 못 하고 외세에 영합하게 됐는가, 그리고 신생국으로서 낡은 식민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길은 무엇이며, 만약 식민주의 잔재가 오래도록 남아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 잔재와 싸우는 길은 무엇인가 등이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생국으로서 진정 자주의식에 불타 있으면 그럴수록 근대·현대사 연구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113쪽>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는) 분단극복입니다. 우리의 모든 불행의 원인은 분단으로부터 옵니다. 나는 1945년 이후 우리 민족사회가 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일제 식민잔재의 청산, 민족자주독립국가의 수립,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족분단은 우리 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남북의 군사대결로 인해서 민족사회의 엄청난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친일파가 득세하고 외세추종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현상이 벌어져 민족의 양심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분단이데올로기로 인해 학문의 자유가 억압됩니다. 군사대결체제는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함으로써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족에게 총부리를 대면서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과 공동군사훈련을 생각합니다. 이 모든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것은 분단으로 합리화됩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힘차게 통일 운동을 펼쳐내고 있는 것은 기성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에게 민족문제·통일문제를 더 맡겨둘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계급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분단극복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확신합니다. <131쪽>


『책의 공화국에서』
김언호 지음 | 한길사 펴냄 | 811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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