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스캔들, 여배우에 아내까지... 네거티브 전략의 ‘약’과 ‘독’
이재명 스캔들, 여배우에 아내까지... 네거티브 전략의 ‘약’과 ‘독’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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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6‧13지방선거전의 막이 오르면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Negative) 공방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진영의 후보들은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빌미로 상대 후보의 치부를 드러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이라 불리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출마자에게 ‘약’과 ‘독’, 무엇으로 작용할 것인가.

29일 밤 방송된 KBS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주진우 기자의 메일을 우연히 봤는데 ‘이재명이 아니라고 페이스북에 쓰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여배우 누구인지 아시죠?”라고 물었고, 이에 이 후보는 “옛날에 만난 적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해당 여배우를 난방 열사로 알려진 김부선씨로 추측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앞서 김부선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과 연인처럼 데이트를 즐겼다. 총각이라고 말했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잠자리도 했다”며 “당시 그 남자로부터 정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관계를 정리했지만 그 남자가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에서 총각 행세하는 61년생 정치인, 부끄럽고 미안하지도 않냐”는 글을 올려 이 후보와의 불륜설에 힘을 실었다. 30일 해당 내용이 다시 주목을 받자 이 후보측은 "(해당 여배우와) 이 후보는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로 만난 일 외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김부선씨는 자녀 양육권 문제로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에 자문을 구한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이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는 많다. 지난 24일 자유한국당은 공식홈페이지에 ‘국민의 알 권리와 후보자 검증’을 내세우며 이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면서 한국당 후보에 유리한 판세를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트위터에서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혜경궁 김씨(트위터 계정:@08__hkkim)’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네거티브,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선거판에서 ‘네거티브’는 ‘검증’이란 말과 자주 결합한다. 검증을 빌미로 상대 후보의 실수, 과오, 약점 등을 부각해 상대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네거티브에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가 작용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판단할 때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 정보에 무게를 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선거 출마자는 상대 후보보다 크게 두드러지는 면이 없는 경우, 네거티브 공세로 상대를 깎아내려 상대가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주는 데 주력하게 된다.

실제로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 판세를 뒤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대선에서 벌어진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병풍 사건)이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전 부사관인 김대업씨와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의 두 아들이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에 의혹을 제기했다. 김대업씨는 “(이 후보의 두 아들이) 허위 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을 수 있다”며 “비리와 관련한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부정적 여론이 득세했고 이 후보는 결국 대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대선 직후 김대업씨가 무고했던 사실이 밝혀졌지만 대선 결과를 번복할 수는 없었다.

네거티브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미국 대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네거티브 전문가로 트럼프 선거캠프에 참여한 로저 스톤(Roger Stone)은 당내 경선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의 부인이 10여년 전 남편에게 학대를 당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유포해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또 트럼프의 성폭행 의혹이 터졌을 때는 『클린턴 부부의 여성과의 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네거티브는 필요악?... 도덕성 검증에 필수

그간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진흙탕 싸움이라 불리며 구태정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권자가 정치에 신물을 느끼게 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발표된 논문 「네거티브 정치캠페인의 성공과 실패: 연구흐름의 정리 및 케이스 비교 분석」에서 안종기‧박선형은 “(네거티브 전략이) 정치참여활동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네거티브 정치광고가 유권자의 정치 태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증된 실증적 결과가 없으며, 오히려 정보 획득 차원에서 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책 『네거티브 아나토미』에도 “‘네거티브’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아니라 ‘7할의 사실과 3할의 진실(해석)에 기반을 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정치 활동”이라며 “네거티브는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검증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객관성을 담보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다면 후보를 검증하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탈법적이고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지 네거티브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1988년 미국 대선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조지 허버트 부시(George Herbert Bush)가 대통령이 되는데 일조한 리 애트워터(Lee Atwater)는 1991년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반성했다. 그는 정치적 정적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 인생을 돌아보고 여러분에게 용서의 편지를 쓴다”며 “80년대는 우리 모두를 도덕적 타락(네거티브)으로 이끌었다. 제 인생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세상 모든 것들은 본래 목적을 가지며 그 목적에 맞게 쓰일 때에만 가치가 있다. 네거티브를 본래 목적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정치 교양이 절실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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