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피소, SNS 셀럽들의 과시욕 경쟁... ‘리플리 증후군’ 주목
황하나 피소, SNS 셀럽들의 과시욕 경쟁... ‘리플리 증후군’ 주목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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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여가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명품을 착용한 사진을 게재한다. 이런 행동에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는 식의 과시욕과 함께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은 심리적 욕구가 담겼다. 하지만 이런 과시욕은 보는 이의 질투와 상대적 박탈감 등을 유발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5일 가수 박유천의 전 약혼녀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30)씨가 사이버 명예훼손과 방조 및 교사죄 혐의로 고소당했다. 황씨는 인스타그램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이하 셀럽) A(20대‧여)씨가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비방했다고 오해해, 지인을 동원해 A씨에 대한 인신공격 및 모욕적인 댓글을 달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의 갈등은 황씨의 시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셀럽으로 통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인기가 높은 만큼 황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하는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A씨 역시 황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명품 가방을 보고 구입을 문의하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A씨가 인스타그램 셀럽의 자리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A씨는 영재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재원으로 에르메스백, 모피 등 고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인스타그램 스타로 등극하자 A씨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모피 코트가 진품인지 인증하라’, ‘학력증명서를 공개하라’ 등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특히 A씨의 어머니가 세계에 2개뿐인 보석 브랜드의 ‘그라프’ 시계를 착용한 사진에 공격이 집중됐다.

이에 A씨는 모피 구입 영수증과 졸업증명서 등을 올리고, “‘그라프’ 시계는 어머니 것이 아닌 착용만 해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A씨는 지속해서 자신을 공격했던 B씨에게 항의했고, 그에게서 “황씨에게서 제보를 받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일로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에 ‘동충화초’라는 익명 계정이 등장했다. 해당 계정에는 황씨와 그 지인들을 공격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하루만에 6000여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황씨는 A씨가 ‘동충화초’를 운영한다고 생각했고 지인들과 함께 A씨에게 비난 댓글을 쏟아부었다. 결국 A씨는 황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과시욕이 시샘으로 그리고 비난을 거쳐 법적 다툼으로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그릇된 과시욕, ‘거짓말을 해서라도 유명 해지고파’

과시욕의 또 다른 폐해는 거짓말이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SNS 셀럽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이 동경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부모의 재력 ▲좋은 학벌 ▲멋진 애인 ▲빼어난 미모 ▲특별한 경험 등이 있어야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인원은 거짓말로 자신의 이력을 꾸며내기도 한다.

앞서 2016년 ‘강남패치’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호화생활을 과시하며 부러움을 받는 인스타 셀럽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내용이 올라와 큰 관심을 끌었다. 폭로 내용은 대부분은 셀럽들이 학력을 위조했다거나 유흥업소에 종사, 스폰서(성을 빌미로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 연계, 재력을 속였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일부 셀럽들의 고소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폭로의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폭로로 인해 다수의 셀럽은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단했다. 이때부터 누리꾼은 셀럽들의 과시욕구가 담긴 사진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인증을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셀럽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막연하게 동경하고 모방하려고 했던 인식에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 가상의 자신을 생성

과시욕이 심한 사람 중 일부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자신이 만든 허구의 세계를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러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고 일컫는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1955년 출간한 책 『재능 있는 리플리씨』에서 유래한 말로, 이 소설은 리플리라는 부잣집 아이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며 살다가 정말 자신이 리플리라고 믿어 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욕은 강하지만 능력을 갖추지 못해 열등감, 피해 의식 등에 시달리는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리플리 증후군이 알려진 계기는 2007년 S씨의 학력 위조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당시 S씨는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선임과정에서 예일대 박사학위와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2014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8년부터 6년 동안 48개 유명 대학교를 전전하며 신입생 행세를 한 인물을 취재해 보도했다. 다른 학생의 이름을 도용하는 범죄까지 저지른 그는 명문대를 다닌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동경하는 시선이 좋아 그만두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2015년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을 동시에 합격했다는 한인 소녀 김모양의 자작극이 큰 관심을 받았다. 대다수 한국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얼마 뒤 이 모든 일이 김모양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김양의 부모 역시 한동안 사실을 믿지 못하고 김양을 신뢰했지만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가족 모두 아이를 잘 치료하고 돌보는데 전력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양은 학업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증서위조나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기과시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은 특히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식주’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한국 문화에서는 타인에게 보이는 옷차림을 중시한다. 중국의 경우 ‘식의주’로 입는 것보다는 먹는 것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면모를 지닌다. 문화에 우위를 논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면서 과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인식에 전환점을 찍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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