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김태균 "잘생김을 포기하고 얻은 소중한 것들"
[작가의 말] 김태균 "잘생김을 포기하고 얻은 소중한 것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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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저는 이 글로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22살에 혁액암이 코 부근에 발병한 뒤로, 투병과 재발 그리고 항암으로 망가진 얼굴에 수차례 성형수술을 통해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 채로(원래 가지고 있었냐고 물어보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정신없는 20대를 보내야 했으니까요. 위로는 커녕 제 자신을 살피기에도 벅찬 사람입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섣부른 위로 따위를 받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고요. 어쩌면 제가 이상한 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저는 '위로를 거부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거나 어설픈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하면 '네가 나를 알아? 감히 나를 동정해?'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상한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라도 사람에게 상처받고 운명에 배신당할 때마다 피난처가 되어줄 무언가는 필요합니다. 암 환자로 살아간다 것은 마치 커피가 가득 담긴 머그컵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니까요. 언제 병이 재발할지, 언제 죽을지 문득문득 심장이 철렁 가라앉는 기분이 불현듯 찾아오는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피난처로써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삶과 죽음이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사랑과 외로움 같은, 나를 대체로 슬프게 하는 것들에 관한 저의 생각을 썼습니다. 완벽한 글은 아니지만, 진심만큼은 가득 담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런 개 같은 인생 엿이나 먹어라'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는데 사람들은 긍정적인 모습에 힘을 얻어간다고 말해주시니까요. 공감해주시는 많은 분을 보면서 '아…, 사람은 다들 각자의, 하지만 비슷한 슬픔을 가지고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운이 좋은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해야 했어도 잘생김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 책을 만들어가며 알게 된, 그리고 알아갈 많은 사람도 제가 잘생김을 포기하고 얻은 소중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문득 해결하지 못한 슬픔을 깨닫고는 울적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여전히 '난 우울한 걸까 아니면 심심한 걸까?'라는 슬픔을 가지며 살고 있으니까요. 결국, 인생의 중요한 해답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지만 그런 울적함이 찾아올 때, 이 책이 여러분에게 아주 약간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 244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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