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부처님의 사상 이 시대에도 통하나?
부처님오신날, 부처님의 사상 이 시대에도 통하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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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둔 19일 오후 오색연등으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가 신도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부처님오신날(22일)을 맞아 몇 주 전부터 전국 곳곳 대로변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등은 어두운 세계를 부처의 지혜로 밝게 비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과연 오늘날 우리 시대는 정말 그러할까. 

B.C 624-544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rtha·석가모니)는 중인도 카필라(Kapila)국의 왕가에서 태어났다. 부귀를 보장받은 왕자의 신분이었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득도(得道)에 힘썼고, 그러던 중 어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석가모니의 나이는 35세였다. '깨달은 사람'이란 뜻의 '부처' 칭호를 얻게 된 그는 사람이 마음속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부처는 그 후 45년간 인도 전역을 다니며 가르침을 설파하다 80세의 나이로 열반에 들었다.  

사람이 부처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세상에 갈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곳곳에서 벌어지는 세태를 보면 부처의 가르침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 1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조계종 교육원장 설정 스님의 3대 의혹' 편을 방송했다. 해당 방송은 설정 스님의 혼외 출산설과 사유재산 은닉, 학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이에 설정 스님 측은 "많은 아이를 입양하면서 오해가 생겼다"며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혼외 출산설에 대해 해명했다.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한국고건축박물관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여서 (본인 명의로) 가등기를 했다"고 말했지만, 경매자금 50억원의 출처와 차액 15억원의 행방에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학력 위조와 관련해서는 "서울대에 다닌 적이 없다"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한 것이 잘못 알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방송과 공식 서류에 '서울대 수료'라고 적어왔던 것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태는 전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설정 스님의 학력 위조 문제를 제일 중요한 문제로 본다"며 "본인이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서울대학교 앞에 가서 사진까지 찍었다"고 말하면서 재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는 "이건 아주 계획적인 사기"라며 "세속 같았으면 고위직에 있다가도 다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설정 스님을 옹호하는 조계종도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사찰했고 (당시 조계종의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과거 정권과 결탁해 자신을 쫓아냈다"며 "자승도 곧 승적이 박탈될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명진 스님은 종단과 총무원 집행부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비판하고 허위사실(자승은 이명박의 사냥개)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승적이 박탈됐다. 지난해 8월 조계종의 적폐를 폭로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그는 "모든 종교의 부패는 돈 때문이다. 사찰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려면 모든 신도가 재정문제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며 "사찰의 주인은 스님이 아니라 신도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속세의 욕심을 저버리고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절로 들어간 이들조차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모습을 2500여년 전 열반에 든 부처는 어찌 생각할까. 

물론 불교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국내 최대 불교 종파인 조계종은 산하에 사회복지재단,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 등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자, 성소수자 등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개인과 단체가 연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본지 통화에서 종단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5·18 민주화운동, KTX 여승무원들 해고 사태 등의 갈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깨달음을 추구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불교 신도도 존재한다. 조계종단은 21일 부처님오신날 행사(봉축 법요식)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이바지한 인물에게 '불자대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국악인 김영임, 산악인 엄홍길, 김춘순 국회예산정책처장, 이상호 스노보더 선수가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향년 73세로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불교 신자다. 고인은 지난 1994년 당시 19살이던 외아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칠보사에 아들의 위패를 안치하고 부인 김영식씨와 함께 자주 사찰을 찾았다. 능인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를 공부하면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랬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소탈한 성격에 병역, 기업 승계 등에 있어 논란이 적고,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어른을 잃었다'며 애도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불기 2562(2018)년을 맞았다. "인간은 욕심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산다"라고 했던 옛 부처의 가르침을 상기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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