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급변하는 오늘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역사학과 인문학은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과거의 사실을 탐구하는 '데이터 학문'인 역사학의 기반을 뒤흔들며 위기를 초래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오래전부터 주시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대변되는 '어제의 역사학'의 그늘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걸맞은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며 역사와 역사학의 향방을 그려본다.
제1부에서는 '어제의 역사학'으로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사는 과학이다'와 '역사는 진보한다'로 요약될 수 있는 카의 주장을 고찰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이 진보라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카의 '어제의 역사학'에 대항하는 '오늘의 역사학'인 탈근대 역사 이론을 다룬다. 탈근대 역사 이론은 실제 과거로의 역사가 아닌, 역사가 그렇게 기록돼 있기에 과거가 그러했다는 것을 인지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특징으로 한다. 역사가에게 불린 과거만이 역사로 기억되고, 그 나머지 과거는 시간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3부에서는 전 지구화와 더불어 인공지능 시대 벌어진 유사 이래 가장 크고 빠른 문명사적 변화와 연관해 '내일의 역사학'을 세 방향에서 전망한다. 첫째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 역사학이 나아갈 방향, 둘째는 실재에서 가상현실로 이동하는 디지털 시대의 경향성에 비추어 역사학과 사극의 엇갈린 운명 해석, 셋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한 역사학의 미래를 다룬다.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김기봉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312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