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당당한 반격이 시작됐다… ‘탈 코르셋’·‘편파수사 규탄시위’
여성들의 당당한 반격이 시작됐다… ‘탈 코르셋’·‘편파수사 규탄시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19 07:40
  • 댓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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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탈 코르셋’ 운동,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사회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성들이 뭉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남녀차별 문제에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항하는 방법으로써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평가를 한다.

‘#탈코르셋 #탈코르셋은해방입니다 #꾸밈노동 #숏컷’ 최근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물에 달리고 있는 해시태그(단어 앞에 # 기호를 붙여 그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다.

이러한 해시태그가 달리는 게시물에는 긴 머리를 짧은 머리로 자른 모습, 화장을 안 한 민낯을 하고 밖에 나가는 모습, 선크림·컨실러·파운데이션·파우더 등 버릴 화장품 등의 사진이 올라온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탈 코르셋’ 운동이다. ‘탈 코르셋’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에 따르면 ‘코르셋’이란 사회에서 ‘여성성’이 굳어져서 여성을 억압하는 일체를 말한다. E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까칠남녀’의 패널이었던 서민 교수의 말을 빌려 쉽게 말하면 ‘귀찮을 때 건너뛸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도 억압’이며 이러한 ‘억압’이 바로 ‘코르셋’이다.

코르셋에는 대표적으로 ‘화장’, ‘긴 머리’, ‘치마’가 있다. ‘탈 코르셋’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사회가 여성에게 화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불편한 긴 머리를 짧은 머리로 자를 수 없게 만들고, 바지 대신 치마를 입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한 ‘탈 코르셋’ 운동 참여자는 “옛날에는 서울 가기 위해서 긴 머리를 고데기로 말리고, 화장은 진하게 하고, 내가 입고 싶은 허리 조이는 긴 치마를 입기 위해 아침은 굶고, 힐을 신고 밖으로 나섰다”며 “그 옷은 허리를 진짜 심하게 압박을 했고 그날은 아무것도 못 먹었다. 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토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것이 당연했다”며 “그때는 맨 얼굴로 놀러 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됐다. 감히 ‘못생긴’ 얼굴로 밖에 나갈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그것은 한국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지 절대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여성의 모습처럼 화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과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을 비교하며, “이 중에서 어느 쪽이 권력이 높아 보이세요?”라고 질문하며 “저는 눈 씻고 봐도 1번(화장을 안 한 얼굴)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머리를 짧게 자른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긴 머리가 훨씬 잘 어울린다고 믿었던 나지만, 절대다수의 남성들은 짧은 머리가 안 어울린다고 (훨씬 불편하고 손 많이 가는) 긴 머리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사진도 보정이나 필터 없이 잘 찍는다”라며 “내 얼굴인데, 실물처럼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 왜 사랑스럽고 예쁘고 무결점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는지,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여드름도 나면 나는 대로 볼의 주근깨와 큰 입술도 통통한 볼살도 그냥 나의 일부인데, 약 22년 만에 비로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억압’에 대한 여성의 저항은 직접적인 시위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19일에는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가 열린다.

시위는 지난 1일 홍익대학교 화장실에서 찍힌 몰래카메라 사진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올라와 여성 몰카범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것이 계기다.

시위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구속 수사가 공정하지 않고 편파적이다”고 주장한다. 2016년 통계를 보면 불법촬영 피의자 4491명 중 3%인 135명만 구속돼 수사를 받았고, 최근 5년간 불법촬영 가해자 1만6021명 중 남성이 1만5662명으로 98%를 차지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비록, 가해자가 도주와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고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해서 악성 댓글이 달리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요건은 충분하지만, 지난해 9월 여성 100명의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도 구속이 안 된 남성의 사례를 생각하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탈 코르셋’ 운동과 19일 시위에 대해 한 남성은 “사회가 서서히 양성평등 쪽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너무나 조금 바뀌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며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이 있었던 것처럼 여성의 이러한 운동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을 양성평등을 위해 힘써온 미국인 캐서린 메이어는 그의 책 『이퀄리아 : 평등하다는 헛소리에 대한 반격』에서 “작은 문제들은 그냥 못 본 척하고 싶은 유혹도 들지만, 그렇게 되면 차별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남성 동료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싶다”며 “위험을 인식하고, 자세한 기록을 남기고, 필요할 경우 스스로나 다른 이들을 위해 맞서 싸울 준비를 하라”라고 덧붙였다.

비록,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여성의 이러한 시위를 규탄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지금 여성들이 하는 말은 적어도 근거가 없지 않다. 누군가 근거가 있는 말을 할 때는 적어도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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