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오카다 다카시 "나는 왜 사람 사이에서 행복하지 못할까"
[작가의 말] 오카다 다카시 "나는 왜 사람 사이에서 행복하지 못할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19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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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세상이 너무 귀찮았다. 오랜 세월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10년 이상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은 지금도 특정한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울컥 솟아오르곤 한다. 내 인생을 숨겨 버리고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이었는데, 대학 시절은 그 절정기였다. 20대가 끝나갈 무렵 시작한 사회생활에서도 여전했다. 그런 마음이 마침내 사그라지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이 돼서였다. 

대학 시절 하숙집에 이따금 친구가 찾아올 때가 있었다. 내가 하숙집에만 틀어박혀 강의에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시험을 치르는지도 모를 거라 염려해 일부러 찾아온 거였다. 실제로 나는 언제 시험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몰랐다는 것을 알고도 그다지 당황하는 기색이 없는 나를 보고 친구는 '오카다. 오래 살겠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가르쳐 주면서 그 부분을 공부해두면 괜찮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시험이 시작되기 1시간 전쯤에서야 친구가 건네준 프린트에 힐긋 눈길이 갔다. 시계를 보니 불현듯 지금이라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읽을 수 있는 데까지라도 훑어보자는 마음으로 급하게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수월했을까 후회하면서 대학 강의실까지 자전거로 내달렸다.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한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할 일을 미루면서 혼자 숨어 지냈는지 돌이켜 보면, 당시 나는 학업과 생활을 모조리 청산하고 어딘가로 떠나 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현실을 회피하려는 것은 마음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인간은 틈날 때마다 자신이 경험했던 상처 주변을 맴돈다. 사람 사이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상처의 경험 때문이다. 상처받으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게 생명체의 본질이다. 그런 어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최근의 조사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상처가 어떻게 인간에게 회피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고, 그 회피적인 태도가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살펴보고 있다. 상처의 원인을 알고, 그로 인해 형성되는 회피형 자아의 양상을 알면,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 마지못해 혼자입니다
오카다 다카시 지음 | 문정신 옮김 | 빛과사람 펴냄 | 276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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