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불안한 감정 위에서 서핑하는 방법
[책 속 명문장] 불안한 감정 위에서 서핑하는 방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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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른바 ‘능력 사회’라는 이상은 허상인 거예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기 능력에 따라 성취한 만큼 갖게 된다고들 이야기하지요. 최근에 그 허상을 무너트린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집이 부자인 것도 능력”이라고 했다지요? 정유라가 저지른 죄와 따로 떼어서 본다면 이 말은 우리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의 일면을 보여 줍니다. 집이 부자일 경우, 야구로 치면 2루수나 3루수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30대인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이 벌써 부사장이라고 하지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평범한 직원이라면 그 나이에 절대로 갈 수 없는 자리에 올라가 있어요. 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저는 그것이 정말 이상해요. 다른 기업들도 오너의 자식들은 대체로 30대에 이사나 상무직에 올락 있어요. 보통 50, 60대가 있는 자리에 가 있는 거예요. 오너의 자식들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 아예 예외로 치는 걸까요? 왜 ‘능력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용인될까요?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부가 축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록펠러나 로스차일드 가문만 해도 약 200년 정도 지속됐는데,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1960년쯤부터 부가 축적됐다고 할 수 있으니 비교적 짧은 셈이지요. 1980년에서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꽤 평등한 나라였어요. 즉 어떤 면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중략)

그래서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모두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덕분에 이만큼 쌓을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그런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거든요. <102-105쪽>

자꾸 옆을 보면서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면 할수록 내가 못난 것만 보이거든요.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찾게 되고요. 비교는 내가 너무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만 가끔 해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강해요. 힘든 상황이 왔을 때는 내게 없는 부분만 보지 말고 내 자산도 한번 보세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자산이 뭐가 있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훨씬 견딜만해 져요. <114-115쪽>

욕구라는 건 채워지고 나면 나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기본적인 욕구가 안정되는 건 중요해요.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어요. 그 한도 끝도 없다는 특징이 인간에게 동기부여를 해 주기도 하지만 해악을 끼칠 때도 많아요. <116쪽>

내가 지금 절실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나의 욕구인지 아니면 욕망인지 생각해 보세요. 욕구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해요. 확보해야 해요. 취업을 생각하면 토익점수는 필요하지요. 이건 욕구에 가까워요. 그런데 토익 만점을 찍고 싶다? 그건 욕망의 문제예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 에너지 낭비가 너무 많아져요. 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뻔하거든요. 그런데 한두 가지 욕망 때문에 그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오히려 욕구를 충족할 힘이 남아나지 않아요. <118쪽>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
하지현 지음 | 창비 펴냄 | 204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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