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 리선권이 남한에?… "내가 '75 광수'다"
'5.18' 북한 리선권이 남한에?… "내가 '75 광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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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복면을 쓰고 활동한 시민군.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매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올 때마다 북한군 개입설은 끊임없이 대두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당시 혼란스러웠던 남한의 상황을 틈타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해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이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6월 4일 주한 미 상공회의소 기업인들과 만찬을 하면서 받은 광주 사태에 관한 질문에 "22명의 신원 미상 시신이 발견됐는데 모두 북한의 침투 요원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의 책임은 김대중에게 있으며 그를 기소해서 이것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일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4월 출간한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에서도 계속됐다. 자서전에는 "북한 특수군의 개입 정황이 있다", "북한 특수전 요원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은 회고록에 총 18번 등장하며, 법원은 해당 내용을 허위 사실로 인정해 삭제를 명령했다. 

극우논객 지만원씨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씨는 지난해 4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진실 전국 알리기 단합대회'에서 "5·18과 관련한 영상 속 478명이 북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지씨는 그중 150명을 추려 '숫자+광수'라고 이름 붙이고 유튜브와 출판물을 통해 지속해서 유포해 왔다.

'75 광수', 北 '리선권' 주장에 "황당하다" 

<사진출처=지만원의 시스템클럽 홈페이지>

지씨가 사진 속에서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목한 '75 광수'가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A(59)씨는 사진 속 '75 광수'가 1980년 5월 대학교 2학년이던 자신의 모습이라고 16일 노컷뉴스에 밝혔다. 그는 "사진은 도청 앞에서 경계근무 중인 시민군 친구(76 광수)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라며 "당시 저는 시민군의 특수기동대로 버스를 타고 외곽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바로 옆에 있던 제 친구 '76 광수'는 지금 울산에서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는 A씨가 5·18 재단과 함께 지씨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본지 확인 결과 5·18 재단 측은 "앞서 지난 2015년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지씨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소한 상태이므로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추가 소송은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 북한군 개입 주장하는 인물은? 

탈북자인 이주성씨도 북한군의 5·18 개입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책 『보랏빛호수』에서 "남파돼 활동했던 특전사들의 실제 활동을 바탕으로 정순성이라는 인물이 직접 보고 겪은 광주 사태의 진상을 서술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탈북자 임천용씨는 2013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북한 특수군이 있었기 때문에 (광주 시내의) 무기고가 4시간 만에 탈취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다른 탈북자들은 탈북 당시 임씨가 낮은 계급인 '하전사'였으므로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내용으로 TV조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사과방송까지 내보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조우석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1999년 5월 18일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라는 제목의 해당 기사는 사진 속 인물 4명의 신원이 99년 당시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조씨는 이를 근거로 그들이 북한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4명 중 1명이 이미 고인이 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려 했지만, 2014년 화재로 (고인의) 사진이 모두 불타 증거가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나머지 3명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 중 지씨의 홈페이지까지 들어가면서 사진을 확인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전했다.       

韓·美 정부, 북한군 개입 인정한 적 없어 

우리 정부는 북한군의 5·18 개입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1989년 국회 청문회, 1996년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북한군 개입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2013년 국방부 역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 10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는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5·18 당시 상황을 담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 분석 문건에도 북한군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1980년 5월 9일 작성된 문건에서 CIA는 "북한군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고, 5·18 직후인 6월 5일에 작성한 문건에서도 지난 한달 동안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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