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친근해? 김정은이 인간적이다?" 경각심 가져야…
"북한이 친근해? 김정은이 인간적이다?" 경각심 가져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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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간 베일에 싸여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일반 시민은 회담 당일 김 위원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중계로 접하면서 친근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모에화'가 진행되는 모습도 보인다. 모에화는 특정 대상을 소년이나 소녀, 동물 등 호감도가 높은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은 김 위원장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지난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튜디오콘크리트에서는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조안 코넬라의 작품전이 열렸다. 작품전에서 코넬라는 짧은 옆머리에 뒤로 빗어넘긴 헤어스타일과 살 접힌 턱 등 김 위원장을 연상케하는 작품을 선보였고, 스튜디오콘크리트를 운영하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은 해당 그림을 '김정은의 초상'이라고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최근 일고있는 김 위원장의 인기를 대변하듯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밝은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대학생 48.3%… 김정은에 '호감'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국민대 1학년 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48.3%의 학생이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긍정적'이라고 표현했다. 회담 전, 4.7% 수준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 역시 회담 전에는 66.1%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나 회담 후, 57.3%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북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독재자·핵·잔혹·폭력 등에서 솔직·호탕·젊음·유머러스 등으로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밀리언셀러이자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으로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지닌 이외수 작가도 북한을 향한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 그간 그는 "체제 유지를 위해 예술을 이용하는 북한을 가장 싫어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을 이어 왔지만, 회담 당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가 평화의 길로 들어선 듯하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고 인식의 변화를 드러냈다. 

호탕하고 유머러스하게 비친 김 위원장의 이면에는 어떤 잔학함이 자리하고 있을까. 

태 전 공사 "김정은 성질 급하고 거칠어" 

<사진출처=연합뉴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14일 출간한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 위원장을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서 발생한 화재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화재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부리나케 달려와 물바다인 지하를 구둣발로 들어갔다"며 "수백명이 정리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쌍욕을 했다"고 적었다. 또 2015년 5월 자라양식공장 '현지 지도'에서 일어난 일도 언급했다. 새끼 자라 대부분이 폐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전기·사료·설비 문제로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넋두리"라며 관계자를 심하게 질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배인 처형을 지시했고,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

태 전 공사는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부장이 처형된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는 김정철과 김정은 형제 중 하나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가 되지 않으면 결국 온 가족이 숙청당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김일성 생전에 아이들을 인사시키고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김경희와 장성택이 가로막았다. 김경희와 장성택이 고영희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했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기록했다. 이어 "이 때문에 김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장성택에 원한을 품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택의 죽음은 북한 내 이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태 전 공사는 "모든 재력을 핵과 미사일에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경제적 이권 대부분을 장성택이 쥐고 있었다"며 "장성택이 이권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차 없이 처형됐다고 본다"고 적었다. 

김정은, 핵 포기할까?… 태영호 "절대 그럴 리 없다"

태 전 공사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태 전 공사는 "우리는 CVID(완전한 비핵화)를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SVID(충분한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핵 포기가 아닌 핵 군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CVID는 곧 김정은 체제의 붕괴로 봤다. 그는 "CVID를 하려면 사찰단의 무작위 접근이 허용돼야 하는데 북한은 이를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서울 강북구의 2배 정도 되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미국 등이 핵무기가 있을 수 있으니 (정치범 수용소를) 사찰하자고 하면 북한이 허용하겠냐"며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다 드러나는 것인데 보여줄 리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허점… 시뮬레이션 '임계전 핵실험' 가능 

북한은 오는 23-25일 공개적으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착수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이달 초부터 폐기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갱도 입구에서 갱도 밖 야적장으로 이어지는 광차 이동용 레일이 일부 제거됐고, 북쪽 갱도 입구 주변에 있던 간이 건물도 사라졌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관측설비와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풍계리 폐기 뒤에 숨은 허점이 있다는 우려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임계전 핵실험(subcritical nuclear test)' 수행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임계전 핵실험은 플루토늄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초고온·초고압 환경을 만들어 무기화 정보를 획득하는 실험이다. 폭발 실험을 하지 않아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임계전 핵실험과 지하 핵실험,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핵무기 개발을 실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핵 실험장이 없어도 핵물질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잠재적인 위협요소로 여겨진다. 임계전 핵실험은 섬광이 발생하지 않고, 지진파도 미약해 인공 위성과 감지기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 북한은 수차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긴 전례가 있다. 체제 보장에 해가 된다고 간주하면 살인과 인권 탄압을 서슴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해 2월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김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을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북한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과 미국 등은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또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방첩 업무를 총지휘하던 국가보위성 소속 강모 대좌(대령)가 유럽으로 도주하자 북한은 암살자 10명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보도했다. 북한이 체제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핵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지만, 북한에 대한 신뢰성은 그간의 경험이 증명한다"면서 "통일의 기대감이 크지만 잘 될 경우뿐만 아니라 잘 풀리지 않을 경우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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