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정재흠 "사랑·결혼과 비혼·독신이 공존하는 시대"
[작가의 말] 정재흠 "사랑·결혼과 비혼·독신이 공존하는 시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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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랑·결혼과 비혼·독신이 공존하는 시대가 왔다. 기성세대가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사이 사랑·결혼이 내몰린 공간에 비혼·독신이 슬그머니 뿌리 내렸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비혼·독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동안 경고음이 여러 번 울렸다. 그런데도 듣지 못했다. 사랑·결혼을 포기해야 했던 청춘들의 외침, 한숨 소리, 때론 흐느껴 우는 소리….

듣기만 해도 설레고 두근두근하며 눈이 아플 만큼 시리게 하는 말, 청춘! 청춘은 리트머스 종이와 같다. 이 종이에 어떤 색깔을 입힐까, 어디부터 문질러야 할까, 하는 두근거림은 세상에서 가장 곱고 어여쁘며 순결하다. 비록 앞은 캄캄하고 부대끼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늘 희망을 품을 수 있기에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다. 실수 하더라도, 헤매더라도, 실패한다고 해도 그 어떤 것이든 저지를 수 있는 게 청춘의 특권이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리게 해 주는 말, 사랑해! 사랑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 기쁨, 즐거움, 초조함, 서운함, 질투, 다툼, 화해라는 재료로 그대와 그 누군가는 다정히 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간다. 도화지 앞에 선 그대들에게 다가오는 설렘은 아름답고 고결하다. 사랑 에너지가 넘친다. 비록 그대들이 서로 다투고, 질투하고, 울컥하더라도 사랑의 힘으로 기쁨과 황홀함의 희망을 품는다. 그러기에 그대와 그 누군가는 손을 잡고 꼭 껴안는다. 

사랑은 이렇듯 청춘과 많이 겹친다. 그래서 청춘이 사랑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청아하고 아름다우며 기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청춘이 사랑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아예 사랑을 포기한 청춘도 늘고 있다. 기성세대의 무관심 속에 갖가지 사회적 장벽들이 청춘들의 사랑을 억압하고 방해해 왔다. 

이제 우리는 청춘들에게 마냥,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라, 사랑은 너희의 특권이다,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성장통이다, 반드시 겪어야 한다, 라고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가 변해버렸다. 청년들에게 패자부활전마저 허용되지 않는 오늘날, 기성세대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어쩜 염치없는 얘기일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을 함부로 위로한다거나 생각을 깨운다는 발상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틀림없고, 청춘들에게만 결핍과 잘못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랑을 외면하고 있는 청춘들을 그대로 볼 수도 없었다. 

고심 끝에 사랑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달콤한 로맨스만 말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랑만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랑은 반쪽끼리 만나 온전하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지만 가슴 아프게도 늘 이중성을 갖는다. 황홀함과 갈등을, 평안하다가도 갑자기 불안정해진다. 이토록 사랑은 예측불허에서 빚어낸 축제이다. 

오늘날 사랑이 많이 아프다. 중병에 걸려있다. 사랑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러한 위중한 시기에 모쪼록 이 글을 통해 질식됐던 사랑이 다시금 생명을 되찾아 이 시대의 청춘들을 이끌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자기 격리 속에 갇힌 청춘들의 사랑이 회복의 광장으로 나와 사랑의 훈풍을 맛보기를 기대한다. 

■ 사랑, 할까 말까
정재흠 지음│문학의문학 펴냄│280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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