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한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것들… ‘다크투어리즘’으로 기억
직립한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것들… ‘다크투어리즘’으로 기억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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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인근에서 침몰한 이래로 사망자 300여명의 가족과 국민들은 지금까지 멈추지 않는 슬픔에 잠겨있고, 우리사회 적폐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경제적인 피해도 겹쳤다.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조도는 참사 이전인 2013년보다 방문객이 약 9만명 감소했다. 어민들은 세월호 특별영어자금을 대출받았지만 4년 동안 상당수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많은 상처를 남긴 세월호가 10일 목포 신항에서 바로 섰다. 앞서 세월호는 옆으로 기울면서 침몰해 왼쪽(좌현)이 해저면에 닿은 상태로 3년 동안 바다에 잠겨 있었고, 누운 그대로 육지로 인양됐다. 뼈대만 남아 처참한 모습으로 바로 세워진 세월호는 전 국민에게 참사의 슬픔을 상기시키며 잊혀서는 안 되는 인재(人災)를 기억하게 한다. 진도에서는 피해자 가족과 진도 주민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세월호를 ‘다크투어리즘’의 장소로 만들어 기억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의 목적은 ‘기억’하기 위함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 세월호도

‘다크투어리즘’은 어두운 역사를 가진 장소 혹은 죽음이나 재난과 관련된 장소(Dark site)를 방문하는 행위이다. 목적은 여가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강제수용소는 2001년 49만명이었던 관광객 수가 2016년 들어 172만명으로 3.5배 증가했다. 2차 대전 중 유대인이 대량학살 당한 곳으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독일 초등학생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수용소에는 고문실, 처형실, 가스실, 화장터, 생체실험실, 희생된 어린 아이의옷가지와 신발, 희생자의 머리카락이 쌓여있는 거대한 유리관이 있다.

2011년 9월 11일에 개관한 뉴욕 ‘9·11메모리얼’의 경우 2016년 12월까지 2300만명이 방문했다. 9·11테러 발생지인 ‘그라운드 제로’에는 테러현장을 원형 보존했다. 또한 뉴욕 ‘그라운드 제로’ 박물관은 매년 9월 11일 피랍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처음 충돌했던 시간부터 두 번째 건물이 무너진 시간까지 102분 동안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박물관에는 당시 무너진 빌딩의 기둥, 비행기 잔해, 희생자들의 유품 등 1만2500여점이 전시돼있다.

2015년 8월 15일에 재개관한 ‘하얼빈731생체실험부대’는 하루 평균 2700명이 방문했다. 중국 난징에 있는 난징대학살 기념관도 관광객들이 늘었다. 기념관은 일제가 중국인 포로와 민간인에 저지른 만행을 상기시키기 위해 건립됐다. 학살 당시 일본군이 사용하던 칼, 마시고 버린 술병, 희생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파일,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은 파일 등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제주 4·3평화기념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강원 DMZ박물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거제포로수용소’ 등이 있다.

진도군은 2021년까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해양안전관’을 세울 예정이며, 세월호 역시 다크투어리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정호 근로복지공단 일자리안전계획본부 과장은 논문 「다크투어리즘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용 방안 연구」에서 “(세월호의) 선체를 전시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으며 그 장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현장성을 위해서는 진도 사고 해역 인근에 마련하는 것이 더 실제감을 갖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다크투어리즘’의 조건

‘다크투어리즘’은 다른 관광과 달리 조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하면 엄숙함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진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논문 「지속가능한 다크 투어리즘의 개념 정의와 전개과정 분석」에서 ‘지속가능한 다크 투어리즘’이 가져야 할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로 관련 자원은 최대한 보전돼야 한다. ‘다크투어리즘’의 관광 자원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관광객들이 해당 장소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참사 현장의 ‘진정성’ 확보는 ‘다크투어리즘’의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둘째로 관광객에게 관광자원 속에 내포된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며, 이때 전달 방식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강 교수는 “특히 자원 속에 내재돼있는 사실과 스토리에 근거한 비물리적인 관광매체가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로 단순히 관광자원을 살펴보는 관광이 아닌, 학습과 체험을 위한 참여관광이 돼야 한다. 학습효과를 높이고, 재방문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관광자원, 관광매체, 관광객, 지역주민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조정·완화할 수 있는 통합적인 운영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목포 신항에는 세월호가 처참하고 적나라하게 바로 서있다. 세월호 참사를 만든 우리 사회 적폐의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이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세월호를 잘 보이는 곳에 세워 항상 보며 대대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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