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다투진 않으셨나요?… 잘못하면 '독'되는 사과, 제대로 하는 법
'어버이날' 다투진 않으셨나요?… 잘못하면 '독'되는 사과, 제대로 하는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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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8일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과 선물을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모님과의 약속 장소로 향하는 듯했다.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날이지만 기념일에는 뜻하지 않게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려는 사람의 '준비'와 받는 사람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가 먼저 사과하기 전까지는 냉기가 감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사과할 일이 생긴다. 내가 잘못을 해서 필연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경우도 있고, 내가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도의적인 사과를 해야할 때도 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을 지닌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고통을 준 것에 반성의 의미를 담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어린아이들은 사과를 참 쉽게 그리고 자주 한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밀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등의 상황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를 한다. 이후 자기절제 능력이 향상되고,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워나가면서 사과의 횟수는 줄어든다. 

사과의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과할 일이 줄었다기보다는 사과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보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사과에 따른 책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지난달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 전 전무는 홍보대행사와 회의 자리에서 직원을 향해 폭언과 함께 물을 쏟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대한항공 측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려 했지만 조 전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발생한 일명 '땅콩회항 사건' 때 사과 뿐만 아니라 사퇴까지 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것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사건 후 열흘 정도가 지난 지난달 22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문에서 진심을 느낀 사람이 적었고, 사과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이처럼 실패한 사과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독'이 되는 사과     

개그우먼 김미화는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 해봤을 것 같은데" 등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진행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진행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김미화는 자신의 SNS에 "부족함을 겸허히 인정한다. 제 불찰이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일베(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됐다"고 단서를 달아 논란을 확대했다.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신의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과 역시 잘못된 사과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3월 성폭행 의혹 이후 5일 만에 밝힌 사과문에는 국민과 도민에 대한 사과, 가족과 아들에 대한 사과만 있을 뿐, 피해자에게 전하는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야 할 사과의 5가지 유형 

심리상담사인 해리엇 러너는 책 『당신, 왜 사과하지 않나요?』에서 사과를 망가뜨리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는 '그렇지만'을 덧붙이는 것이다. 사과에 '그렇지만'이란 말이 들어갈 경우 진정성은 사라지고 사과가 변명으로 일변한다. 마치 가해자의 잘못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듯이 비쳐지기 십상이다. 

둘째는 '그렇게 느꼈다니 미안해'라는 사과이다. 이런 말은 피해자가 과민하게 또는 비정상적으로 반응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이런 사과를 한다면 오히려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느낌을 줘 화를 키우기 쉽다. 

셋째는 '혼란스러운 사과'이다. 수십여년 전 여섯 살 된 저자의 맏아들 맷이 친구 숀의 장난감을 빼앗아 돌려주지 않는 일이 있었다. 숀은 머리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숀의 엄마는 맷에게 다가가 "네가 한 짓을 좀 봐. 네가 숀이 머리를 바닥에 내리치게끔 만든 거야. 당장 사과해"라고 말했다. 맷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장난감을 뺏은 행동이 아니라 숀이 보인 반응에 사과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뺏은 것은 잘못이지만 그로인해 발생한 일까지 책임지는 것은 과도한 조치이다. 

넷째는 '용서해줘'를 강요하는 사과이다.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지만, 용서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몫이다. 용서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조바심을 내며 피해자를 압박하면 피해자의 용서하려던 마음은 오히려 반감하게 된다. 

다섯째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사과'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에 피해를 입혔을 때 용서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어찌 보면 올바른 태도 같지만 피해자는 잊기 위해 노력하는데 자꾸 나타나 용서를 간구한다면 잔인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피해자에게 자꾸 나타나 상처를 상기시킨다면 진정한 용서는 불가능하다. 

성공적인 사과의 세가지 법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마스자와 류타는 책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같나요?』에서 "성공적인 사과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사과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며, 둘째는 용서를 비는 원인을 분명히 하는 것, 셋째는 최대한 신속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진심을 담아 말한다는 전제하에 효과가 있다. 진심이 빠진 채 사과의 틀에 맞춰진 껍데기 사과로는 진정한 용서를 구할 수 없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멀리는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까지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받으면서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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