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협정 탈퇴는 또다른 ‘이스라엘 편향·이중잣대’인가
트럼프 이란 핵협정 탈퇴는 또다른 ‘이스라엘 편향·이중잣대’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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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국제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2015년에 이란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도출된 ‘포괄적 행동계획(JCPOA)'은 ‘일몰조항(Sunset clause: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폐기되는 조항)’이 포함되는 등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막은 것이 아니어서 미국은 탈퇴의 명분이 있다.

그러나 이번 탈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란과 비슷한 시기에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는데도 제재 받지 않았던 이스라엘의 손을 미국이 들어준다는 것으로, ‘이중 잣대’이며 과거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이스라엘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외교본부 리셉션 룸에서 “이것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되는 한 쪽으로 치우친 협상으로 평화를 가져오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 협정 이후 이란의 군비가 40% 이상 증가했으며 이란 핵 협정은 이란의 핵폭탄과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라며 “이란은 역내에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JCPOA의 ‘일몰조항’이 주요한 이유였다. JCPOA에 따르면 핵협상이 타결된 2015년으로부터 15년 후인 2030년에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주요 제한을 모두 없애기로 했으며, 2025년부터는 이란의 핵 활동 중 일부에 제한이 해제된다. 일부 군사지역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중동지역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증언도 영향력이 컸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지금도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에게 ‘이중적 잣대’라는 비난 피할 수 없어
힘의 논리·이스라엘 편향의 역사

그러나 이러한 탈퇴는 과거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한 미국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미국은 연구용 목적의 원자로를 제공하는 등 이스라엘의 핵개발을 도왔다. 1953년 이스라엘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의 평화적 이용(Atom for Peace)' 사업에 참여했다. 이어 1955년부터 1960년까지 이스라엘 과학자 56명이 미국원자력위원회에서 교육받았으며 6500건의 원자력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받았다. 1955년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연구용 원자로 도입을 위한 포괄적 계약을 체결했으며, 1957년 미국에서 들여온 원자로를 공식 가동했다. 1960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은 이 연구용 원자로에서 사용할 ’우라늄 235‘ 50kg을 공급했다. 이 우라늄은 순도 90%로 이론상 핵폭탄을 제조하는데 사용될 수 있었다.

1957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비밀 핵개발을 보고받았으나 이를 묵살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960년에는 이스라엘이 핵무기 제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제재를 가하려 했지만 살해당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당선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유태계 인사로부터 많은 정치자금을 받았기에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했다. 존슨 대통령을 이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친이스라엘 노선을 택해 이스라엘의 핵개발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는 이란과는 상반된 조치다. 미국은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불량국가’로 규정한 이후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재의 수위를 높여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며, 2010년에는 포괄적 이란제재법과 대이란금융제재이행규칙 등 자국의 국내법을 동원했다. 2015년에 2년 만에 타결된 이란 핵협상도 이스라엘에게는 없었던 제재의 일환이다. 이번에 핵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위도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그의 논문 「이란 핵개발: 이스라엘과의 비교 대이란 공격 가능성을 중심으로」에서 “대량살상무기, 특히 핵무기 비확산과 관련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특별대우’를 하면서도 유독 이란에 대해서만 예외라고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강경압박정책으로일관하는 이중 잣대에 대해 북한이나 시리아와같이 핵무장을 꿈꾸는 나라뿐만 아니라 이란에 동정적인 제3세계 국가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이 아랍 국가들에게 가혹하고 이스라엘에게는 관대한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에서 비난한 시리아의 예를 들었다.

제 교수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서두른 이유 또한 이란에 ‘안보 위협’을 준 미국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팔레비 국왕의 실각 및 이슬람 정통주의 정부 수립 이후 미국의대이란 정책은 늘 적대적이었다”라며 “특히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테러세력들의 반미 테러가 증가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무력으로공격하는 등 미국과 이슬람 국가들 간에 적대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란으로서는 핵무기를 미국의군사개입 또는 내정간섭 가능성을 불식·차단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으로 이란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국가와 기업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 먼저 이란에 많은 기업들을 진출시켜왔다. 또한 중동에는 이란과 거래관계에 있는 여러 기업들이 있다. 미국이 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들도 제재할 경우 유럽 국가들과 기업들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과거 이란 핵협상에 참여한 영국, 프랑스, 독일은 미국의 결정과 상관없이 협정에서 탈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다.

제재 방식이 어떤가에 따라 많은 양의 이란 산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일본도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와 달리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기에 미국의 조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미국에게 편향적·이중적이지 않은 모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의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미국이 견지해온 이러한 태도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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