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상회담 ‘연출’의 복심은…
김정은 정상회담 ‘연출’의 복심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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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잘 연출 됐습니까”하고 김정은이 묻는다면, “잘 됐다”라고 답하고 싶다.

남북정상회담 전과 후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판은 확연히 다르다. 자신의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물을 무참히 살해하고,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의 모습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듯하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지금 김정은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국가에서도 ‘배짱 있다’, ‘호감이다’, ‘귀엽다’ 등의 평가가 이어진다. 북한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여러 부분에서 바뀌었으니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행보가 파격적이지만은 않다"라고 말한다. 박재규 외 11인이 쓴 『새로운 북한 이야기』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일련의 파격적인 ‘연출 행보’는 위태로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김정은을 김정일과 비교해보면 후계자로서 공개시 나이(38세:26세)가 어렸고 후계검증기간(6년:21개월)도 너무 짧았다.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이 생존해 있었던 때에 최고사령관직을 물려받았지만 나머지 직책의 이양은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한참 걸렸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하자, 김정일이 3~4년의 유훈통치 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당총비서에는 1997년 10월에, 국가기관 최고직책으로 강화된 국방위원장에는 1998년 9월에야 취임했다. 김정일의 경우, 20년 정도의 지도자 수업으로 리더십이 확고했고, 고난의 행군으로 불릴 만큼 북한 경제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에 3년 이상의 유훈통치 기간을 둘 수 있었다. 1998년 북한경제의 추락세가 멈추자, 김정일은 ‘강성대국’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정권을 공식 출범시켰다.

반면, 김정은 정권의 공식 출범은 4년이 아닌 4개월 만에 이뤄졌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수령제」에서 “김정은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유약한 상황에서, 체제 동요를 차단하려는 핵심 엘리트들의 집체적 합의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조기에 출범한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령으로서의 능력에 있어 집권 초기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다”라며 “수령으로서의 리더십을 정책재량권, 정책조율능력, 인사권, 대중적 기반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네 가지 측면 모두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그것보다는 뒤떨어져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대보다 뒤떨어진 지배력을 보강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중적 기반 확보를 위해 노력했으며, 극장정치를 적극 활용하고, ‘북한의 시장화’를 추진해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이유는 ‘지배력 보강을 위해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은 줄곳 ‘인민과 함께하는 최고지도자상’ 이미지화에 매진해왔다. 2012년에는 태양절 100주년 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사회주의의 풍요와 부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당의 확고한 방침”이라 강조하고 세대별 행사를 성대히 개최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위무하고 그들의 충성을 받았다. 6월 소년단 행사, 7월 전승절 행사, 8월 청년절 행사, 10월 군대 내 청년 동맹 행사, 11월 어머니날 행사 등에 수만 명의 어린이·청소년, 노병, 청년, 여성, 군인들을 참석시켜 보고대회, 축포야회, 연회, 음악회, 무도회, 기념사진 등 다양한 행사를 성대히 개최했다. 이를 보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은 곧 대중적 기반을 확보해 지배력을 보강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나서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경제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쇼맨십은 파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무엇보다 ‘보여 지는 것’을 중요시해왔다.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은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에서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김정일에 비해 더욱 강력한 극장국가 기제를 활용해 세습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수령제를 공고화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인민에게 드러냈다. 현지지도에서 당·정·군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거나 해당 기관 또는 간부들에게 긴급조치를 명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2년에는 만경대 유희장을 방문해 보도블록의 잡초를 뽑으며 간부들을 질타했다. 간부들을 즉흥적으로 해임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약속했던 완공기일을 못 지킨 건설 책임자를 “불성실하다”라며 해임했고, 미림승마클럽 공사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방총국장 전창복을 임명 4개월 만에 해임했다. 이 모든 사실은 언론에 보도됐다.

또한 그가 권력을 보강하기 위해 추구해온 ‘북한의 시장화’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긍정적 분위기 연출은 당연하다는 분석이 많다. 조재옥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 시대 시장화 진전과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에서 “김정은은 집권 당시부터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포함한 경제난 타개가 자신의 정권 안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였으며, 이를 위해 예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시장화 정책을 추구했다”라며 “그 결과 오늘날 ‘시장’은 북한 메커니즘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로나 타스(Rona-Tass)의 ‘권력지속론’을 언급하며 “(북한의 시장화가) 오히려 협치 속에 체제 공고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통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출 의도’가 단순히 그의 권력 유지를 위하는 것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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