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조연주 "밥상머리에서 들려주신, 삶의 길잡이가 돼 준 아빠의 말씀들"
[작가의 말] 조연주 "밥상머리에서 들려주신, 삶의 길잡이가 돼 준 아빠의 말씀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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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족이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유대감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가족과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할 기회는 식사할 때가 가장 자연스럽다. 서로의 생활에 관해 묻고 대답하는 식탁 위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접하는 소통의 자리는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예로부터 우리는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을 배웠다. 어른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리며 인내심을 배웠고,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웠다.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는 법을 밥상머리에서 배웠다. 

밥상은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공간이자,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시간이다. 나는 모든 교육을 밥상머리에서 배웠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사교육은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이 한이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사교육보다 밥상머리 교육이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졌다. 급속한 사회 변화와 핵가족화의 영향 때문이다. 부모는 일하느라 바쁘고, 자식은 학원 다니느라 바빠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밥 먹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을 보기조차 어렵다. 

나는 아빠와 단 둘이 살면서 27년째 아빠를 위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새끼손가락 한 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하셨다. 그날부터 난 아빠를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얼마 전 저녁을 준비하는데 배가 매우 고프셨는지 뒤에서 서성이시던 아빠가 "어릴 때는 '아빠, 식사하세요!'라는 그 소리가 그렇게 미안하고 마음 아팠는데, 지금은 그 소리를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언제 밥 먹으러 나오라고 부르려나 싶어서 주방을 힐끔 쳐다보게 되네. 천천히 해라. 기다릴게"라고 말씀하셨다. 

아빠와 함께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 속에서 인생의 크고 작은 지혜를 배웠으니 그동안 밥상을 차린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아빠와 함께 지내는 평범한 일상과 밥상머리에서 배운 소소한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따뜻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아빠, 식사하세요
조연주 지음 | 토실이하늘 펴냄 | 264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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