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일대일로·실크로드… 중국을 만든 여섯 도읍지 이야기
[책 속 명문장] 일대일로·실크로드… 중국을 만든 여섯 도읍지 이야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02 1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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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공간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다민족으로 이뤄진 나라의 역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도읍지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공간으로 중국을 읽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도읍지에는 ‘중심’으로서 구심력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한편 그 구심력이 미치지 않는 또는 그 구심력에 맞서는 독자적인 공간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9쪽>

시안이 자리한 관중은 “금성천리(金城千里) 천부지국(天府之國)”, 즉 천연의 요새가 철옹성처럼 길게 뻗어 있고 토지가 비옥하며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바로 이곳에 가장 많은 왕조가 도읍했으니 “관중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중략) 화하(華夏)문명의 발원지, 동방문명의 상징, 실크로드의 기점은 모두 찬란한 역사의 심장부였던 ‘천년고도’ 시안을 표현하는 말이다. (중략) 일찍이 한나라는 실크로드를 열었고 당나라는 실크로드의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 역사에서 두 나라는 ‘강한성당(强漢盛唐)’으로 칭송된다. 강한성당의 이미지는 ‘실크로드’와 관계가 밀접하다. “서양엔 로마, 동양엔 장안”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중국 역사의 황금기에는 모든 길이 장안으로 통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 시진핑은 취임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국정 구호로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고자 내놓은 전략이 바로 일대일로(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다. 그 중심지 각축에서 두드러지는 도시가 시안이다. <17-19쪽>

그러고 보니 국민당과 공산당의 운명을 뒤바꾼 시안사변이 일어난 곳도 여산의 화청지다. 장제스는 공산당 토벌에는 온 힘을 쏟았지만 국민당 내부의 부패는 단속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러 시안에 갈 것이 아니라 내부 부패부터 척결해야 했다. 결국 장제스는 공산당에 패배해 타이완으로 쫓겨 간 뒤에야 부정부패로 대륙을 잃었다고 생각해 친인척까지 가차 없이 처벌하면서 부패와 전쟁에 들어갔다.

오늘날 시진핑 역시 “호랑이(고위직)와 파리(하위직) 모두 때려잡겠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집권 초부터 부패와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3년에 시안 당국은 무려 380억 위안 규모의 ‘아방궁 문화산업 기지’ 건설을 기획 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와 맞물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초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통치 집단의 부패로 정권이 무너진 예를 언급하며 진나라 멸망과 관련해 『아방궁부』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 바 있다.

“진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망해버려 후세 사람들이 그들을 슬퍼해줬다. 후세 사람들이 슬퍼만 하고 거울삼지 않는다면 더 후세 사람들 역시 이들을 슬퍼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이 인용했던 바로 그 구절이다. ‘신(新) 아방궁’이 건설되기엔 그 원죄가 너무 크다. <48-49쪽>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 528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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