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35도 표준시 변경의 함의는… 표준시 변경의 역사
북한 135도 표준시 변경의 함의는… 표준시 변경의 역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0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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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북한이 현재의 표준시간인 평양시간(PYT: 127도 30분)을 한국의 표준시(135도)와 맞출 것이라고 공표했다. 역사적, 세계적으로 표준시간을 고치는 담론이 있어왔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왔다.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평양시간을 고침에 대하여’라는 정령(결정)을 통해 “평양시간을 동경 135도 기준 자오선으로 하는 9경대시(현재의 시간보다 30분 앞선 시간)로 고친다”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북과 남의 시간을 통일시키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 회담 만찬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안타까워했던 점이 개선된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얘기를 나누다 “평화의집 대기실에 시계가 두 개가 걸려 있는데 하나는 서울 시각, 하나는 평양 시각을 가리키고 있어 매우 가슴이 아팠다”라며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라며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127도 30분은 자주적인 시간… 해시계와도 맞아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표준시를 127도 30분으로 변경했다.

‘127도 30분’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 1908년 대한제국 때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대가 채택 됐다가 1912년 135도로 바뀌었다. 조선을 강제합병한 일제가 일본에 한국의 시간을 맞추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일본을 지나는 135도 선과 달리 한반도(124도에서 132도 범위)를 지나는 선이며, 세종대왕이 만든 해시계와 2분여가 차이 날 정도로 정확하다.

우리나라도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대에 의미를 둬왔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127도 30분 기준으로 시간대를 되돌렸으나 박정희 군사정부가 동경 135도 기준으로 다시 변경했다. 미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하거나 주변국들과 시간을 환산할 때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2000년에는 일제 잔재 청산과 전통적인 천문·역법에 부합하며 우리의 생활 리듬에 맞는 시간이라는 이유로 127도 30분으로 표준시간을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 정식 상정됐다.
 

135도 선 기준 시간은 국제적 혼란을 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35도 선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대를 고수하는 이유도 합당하다. 박정희 정부가 시간대를 변경하려 했던 이유와 같이 15도 거리로 시간을 계산하는 것은 국제관행에 맞다. 15도 차이가 아닌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국제적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5도 단위로 시간을 계산한다. 북한처럼 30분 단위의 표준시를 사용하는 경우는 인도, 미얀마, 이란 등 소수의 국가다. 호주 일부 지역도 30분 단위 시간대가 적용된다. 네팔처럼 15분 단위 시간대가 적용되는 곳은 특이한 경우다. 네팔이 이러한 시간대를 선택한 이유는 국경을 마주한 인도와 구분해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의도다.

국제적 관례에 벗어나는 시간을 사용하면 금융, 무역, 여행 등 각 분야에서 손해가 생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대다수 국가가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로 시차를 두고 있는데 북한은 30분이 엇갈려 그동안 불편도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우리나라와의 교역 시에 발생하는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북한과의 시간대 차이로 발생하는 혼란이 단적인 사례다. 과거 개성공단 근무자들은 개성공단 입·출경 시간을 북한 시간에 맞춰 30분 늦게 업무를 시작하고 30분 늦게 퇴근했다.

그 장단점이 어찌됐든, 어느 쪽으로든 남북의 시간은 하나로 통일될 필요가 있다. 사이먼 가필드는 그의 책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에서 각 국가가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15도 단위로 구분되는 표준시간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독일이 1891년까지 5개의 시간대로 나뉘었던 것을 통일한 이유는 전후 붕괴된 독일을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독일인들은 나뉜 시간대를 ‘여전히 남아있는 잔해이며 붕괴된 독일이 남긴 유산, 제국이 된 독일에서 뿌리 뽑아야 할 잔재’라고 여겼다. 미국은 1870년대 초반까지도 지역마다 시간이 다른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49개나 되는 각기 다른 철도 시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서 정오 시각이 피츠버그에서는 12시 31분이었다. 이러한 다른 시간이 1853년부터 해결해야 할 이슈로 떠오른 것은 각기 다른 시간 때문에 여러 건의 철도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간을 맞춘다는 것은, 그 시간이 어느 쪽이든 남과 북이 화합과 소통의 장에, 즉 통일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같은 시간에 같은 생각을 하는 남과 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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