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인 게 자랑?’ 고양이를 미치도록 사랑한 작가들
‘집사인 게 자랑?’ 고양이를 미치도록 사랑한 작가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4.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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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고양이만큼 사랑받는 동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고양이 열풍’에 빠져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사이트에는 고양이 영상이라면 늘 조회수가 높다. 또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고양이가 등장하고 고양이가 주가 되는 tvN의 ‘집사인 게 자랑’은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됐다.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큰 서점마다 고양이 관련 책 전문 매대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고양이의 인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고양이는 과거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샘 칼다는 그의 책 『그 남자의 고양이』에서 고양이를 좋아했던 유명인들을 ‘캣맨’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소개한다. 유독 예술가들이 많다.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코네티컷의 농장에서 19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다. 그가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은 사워 매시(위스키 증류에 쓰는 산성 맥아즙), 아폴리나리스(‘아폴로 신에게 바쳐졌다’는 의미), 조로아스터(고대 페르시아 종교개혁가), 블래더스카이트(수다쟁이), 벨제붑(악마) 등이었다. 그는 특히 밤비노라는 검은 고양이를 가장 좋아했다. 이 고양이는 어느날 갑자기 뉴욕에서 사라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자 트웨인은 <뉴욕 아메리칸> 신문에 밤비노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광고를 냈다.

영국의 시인 겸 평론가이자 극작가 T.S. 엘리엇도 애묘가로 알려졌다. 그가 쓴 고양이에 대한 시를 모아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시집이 나왔고, 이 시집을 바탕으로 뮤지컬 ‘캣츠’가 만들어졌다. 이 시집에는 ‘미스터 미스토플리스’, ‘스킴플섕크스’, ‘버스토퍼 존스’, ‘럼 텀 터거’ 등 특이한 이름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리엇은 손자들을 위해 이러한 시를 썼다. 그는 <파리 리뷰>와 나눈 인터뷰에서 “개는 고양이만큼 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배의 선장에게서 고양이 한 마리를 선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이후 쿠바에서 60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키웠다. 헤밍웨이는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면 또 한 마리 기르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헤밍웨이가 키운 고양이들은 발가락이 여섯개인 ‘다지증’이 많았다. 그는 고양이에게 ‘가르랑 공장’, ‘사랑의 스펀지’ 등의 애칭을 붙였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에세이 『후와 후와』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속에도 고양이를 자주 등장시킨다. 그의 소설에는 고양이가 여러 마리 등장하는데 이름은 기린, 부치, 선댄스, 전갱이, 스코티 등이었다. 소설 『해변의 카프카』의 등장인물 중 나카타는 어릴 때 우주 경험을 한 뒤 전건망(모든 경험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하는 증상)을 겪고 나서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얻는다. 그의 또 다른 소설 『1Q84』에는 고양이들이 사는 마을에서 밤을 보내게 되는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은 종탑에 숨어 대형 고양이들의 밤 생활을 목격한다. 고양이들은 사무실에 일하러 가고, 약국에서 쇼핑을 하고, 바에서 술을 마신다. 그는 “고양이는 가끔 그냥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안녕, 그리운 여인이여』, 『높은 창』으로 유명한 미국의 추리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도 애묘가다. 그는 자신의 고양이 ‘타키’와 멀리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타키는 검은 페르시아 고양이로 챈들러는 타키를 ‘비서’라고 불렀다. 타키는 원래 ‘타케(Take)’라는 이름이었지만, 챈들러는 사람들에게 ‘테이크’가 아니라 일본어로 대나무라는 뜻의 ‘타케’로 발음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데에 지쳐 이름을 ‘타키(Taki)’로 바꿨다. 챈들러는 친구에게 쓴 한 편지에 “보통 내가 쓰려 하는 종이 위에 앉아 있어. 가끔은 타자기에 기대 있기도 하고, 책상 귀퉁이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내다볼 때도 있지. 마치 ‘친구, 당신이 하는 짓은 시간 낭비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라고 적었다.

『할리우드』, 『우체국』 등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낸 독일의 작가 찰스 부코스키는 “다음 생에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 하루에 20시간을 자고 먹이를 기다리고 싶다. 눌러앉아 빈둥거리며 내 엉덩이나 핥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시들에는 햇볕을 받으며 조는 고양이, 자동차들 아래를 돌아다니는 고양이, 새를 잡아먹는 고양이 등 수십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 고양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현명하게 살아남는다. 그는 세상을 뜨기 얼마 전에 나눈 인터뷰에서 “기분이 나쁘면 그냥 고양이를 보라.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고양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흥분할 일은 없다. 고양이는 그냥 안다. 고양이는 구세주다. 고양이를 많이 키울수록 더 오래 산다. 고양이가 100마리 있다면 10마리 있을 때보다 10배 더 오래 살 것이다. 언젠가 이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고양이를 1000마리 키우며 영원히 살 것이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다”라고 말했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에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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