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는 세상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고 생활해 본 PD가 직접 자신의 몸에 나타난 변화를 알렸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나쁘다는 수백개의 조사보다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실험하는 여자, 영혜』는 어찌 보면 ‘슈퍼 사이즈 미’의 도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동아>의 이영혜 기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해 직접 실험해 본 여러 가지 결과를 맛깔 나는 문체로 전한다.
‘폭탄버거’, ‘내장파괴 버거’, ‘죽음의 돈가스’와 같은 섬뜩한 이름을 가진 음식이 실제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영혜 기자는 직접 먹어보고, 그 결과를 측정한다. 폭탄 버거를 먹고는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혈액 속에 중성지방 농도가 60% 증가했습니다.”
장내 세균이 다이어트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 기자는 본인의 왕성한 식욕을 억누르고 6주간 육식을 끊는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취재원과 점심 약속이 있는 날에는 도시락을 싸서 먹어 민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본인에게는 육식을 끊는 게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평소에 저지방 음식,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보온력을 실험하기 위해 미용실과 모피 공장에서 털을 주워 모으고 본인의 어그부츠를 과감히 희생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거위털이 가장 보온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가끔은 실험이 무참하게 실패할 때도 있지만 실패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흔히 과학 이야기라고 하면 지루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가볍게 읽어보면 좋겠다.
『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지음 | 새움 펴냄 | 272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