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의 마지막인 '인상주의 편'이 출간됐다. 첫 책이 나온지 10년 만이다. 그는 인상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책의 앞부분에서 인상주의가 탄생하기까지의 미술사를 설명한다. 또한 뒷부분에서는 인상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쿠르베는 낭만주의 영향 아래에서도 저만의 화풍을 모색하고 있었다. 1848년 겨울부터 1850년 봄 사이 그는 마침내 낭만주의 화풍을 벗어버리고 네 점의 사실주의 걸작을 그린다. ‘오르낭에서 저녁식사 후’는 그 중 하나이다. 사실주의자로서 쿠르베가 추구한 것은 눈앞의 현실을 생생히 묘사한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1926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마지막 30여년을 모네는 지베르니에 있는 별장에 머물며 그곳의 연못 위에 핀 수련을 그린다. 모네가 주제화하려 한 것은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의 미묘한 차이였다. 문제는 그 차이가 원리적으로 무한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장소, 같은 시각, 같은 날씨에 본 것이라도 어제 본 광경과 오늘 본 광경 사이에는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차이가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감지하기 힘든 그 모든 섬세한 차이들을 일일이 화폭에 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모네도 스스로 자신의 기획에 원리적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광학적 혼합을 이용해 만들어낸 신인상주의의 기념비가 바로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다. 이 작품의 제재는 당시 인상주의자들이 즐겨 그리던 파리 시민들의 일상이다. 무대가 된 곳은 파리 센강에 떠 있는 그랑드 자트섬으로, 당시 파리의 시민들이 휴일마다 산책을 위해 찾는 곳이었다.
폴 세잔의 몇몇 작품은 너무 급진적이어서 거의 현대미술을 연상시킨다. 이를테면 ‘벌거벗은 동자상이 있는 정물’을 보라. 묘사한 3차원 공간은 극단적으로 왜곡돼 있어, 도저희 19세기에 제작된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 인상주의 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368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