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 책의 날'… 속독 vs 정독, 당신에게 알맞은 독서법은?
'2018 세계 책의 날'… 속독 vs 정독, 당신에게 알맞은 독서법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4.23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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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개막한 '누구나 책, 어디나 책' 행사장을 찾은 한 어린이들이 아빠와 책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4월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세계 책의 날)'이다. 독서·출판을 장려하고 지적 재산권 인식 제고를 위해 지난 1995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에서 제정됐다. 특별히 올해는 정부가 출판업계 불황을 타개하고자 지정한 '책의 해'이기도 하다. 책의 해 지정은 출판산업이 호황이던 1993년 이후 25년 만이다. 

정부는 올해를 출판업 부흥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특별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광화문 잔디광장을 도서관과 서재로 꾸며 '라이프러리(lifrary=life+library) - 삶의 도서관'을 선보였다. 행사장 한쪽에는 책 모양 조형물로 꾸며진 '포토존'과 어린이가 책 속에서 놀 수 있는 '북 그라운드'가 마련됐다. 또 세종대왕 동상 앞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는 책 공연, 북 콘서트, 강연회 등이 열렸다. 5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행사 마지막 날인 23일 낮 12시 30분에 진행되기로 했던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행사는 비가 많이 내리면서 취소됐으며, 책드림 행사만 간소하게 치러졌다. 애초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독서단체 관계자가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시민 423명에게 책과 장미꽃을 나눠줄 예정이었으나, 도 장관 등의 참석이 취소되면서 책만 배포됐다. 문체부는 "비가 오는 상황에서 줄을 서 기다릴 시민의 불편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독서 열기에 모처럼 불이 지펴지려던 차에 얄궂은 비로 분위기가 다소 꺾였다. 

책과 함께 꽃을 증정하는 것은 '책의 날' 유래와 관련이 있다. 4월 23일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이다. 아울러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가 400여년 전인 1616년 이날 타계했다는 문학사적인 의미도 지닌다. 

정부와 독서단체가 독서 열풍을 일으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출판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독서는 시각·청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영상 콘텐츠에 자리를 빼앗긴 듯 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독서인들은 여전히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이 생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사례와 독서법을 짚어본다. 

◆ 독서하는 CEO… 책에서 사업 영감 얻어 

독서에서 얻은 영감을 사업에 적용하는 세계 명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1년에 2주일은 '생각하는 주간'으로 정해놓고 외부와의 단절한 채 오롯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주간은 호숫가에 있는 2층짜리 통나무집에서 시작된다. 식사를 넣어주는 관리인 말고는 그 누구도 그곳을 방문할 수 없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다. 생각주간 동안 읽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회사 운영을 위한 핵심적인 재료를 구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독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얻었다. 그는 3개월, 3년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해 그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얻어, 경영학에서 지금도 널리 쓰이는 각종 용어와 개념을 확립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타계할 때까지 39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그중에는 소설책도 2권 포함돼 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피터 드러커 같은 리더에게 독서는 습관이었다. 이동 중에도,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화장실 안에서도 책을 읽었고, 여행을 갈 때도 챙겨야 할 목록 1순위에 책을 집어 넣었다. 이들은 1분 1초를 다투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책 읽는 시간을 늘 우선순위에 뒀다. 

◆ 슬로리딩… 양보다 질 우선 

책을 제대로 읽는 것과 무턱대고 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잘 읽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영덕 작가는 책 『슬로리딩』에서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같은 책을 수차례 되풀이해서 보거나 곱씹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좋은 책은 몇번을 읽어도 늘 새롭게 다가온다. 유기홍 작가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좋아해서 영어로 읽고, 해석본을 달리해서 읽고, 거기다 드라마와 영화도 보았다"며 "줄거리는 같은데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명작일수록 두고두고 의미를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박영덕 작가도 "슬로리딩은 책과 함께 길을 떠나 언어가 빚어내는 풍경을 읽는 여행과 같다"며 "여행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저 구경하고 차 타고 또 구경하고 차 타는 식으로는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 문화도 구석구석 돌아 보고 느껴봐야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듯이 슬로리딩도 그렇다"며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직접 가 보기도 하고, 한 문장이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날엔 잠깐 멈추어 생각에 빠져 보기도 해야 책 읽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담 작가 역시 "'빠름'이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느림'은 어떤 가치와 속성을 지니고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면서 "슬로리딩은 책 읽는 이가 스스로 책 읽기의 주인이 되려는 것이고 그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 플로우리딩… 발상의 전환 必 

"읽는 속도와 이해도, 기억은 비례하지 않는다." 

서평가이자 프리랜서 작가, 편집자인 인나미 아쓰시가 책 『1만권 독서법』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인나미 작가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 4곳에 월 60권의 서평을 기고하고 있다. 단순 추산할 때 연간 700권 이상을 읽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단한 속독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나미 작가는 한 페이지를 읽는데 5~10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떻게 속독가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그는 '책 읽는 행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플로우 리딩'을 비결로 꼽았다. 플로우 리딩이란 소제목 단위로 넘겨 읽는 독서법이다. 책의 각 장은 대부분 여러 개의 '중제목'과 '소제목'으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읽다가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소제목을 넘겨도 내용 흐름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물이 흐르듯 필요한 점만 콕콕 찍어가면서 읽으면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본문 가운데 넘겨 읽을 포인트로는 △ 상품 차별화를 위해 삽입된 저자의 이야기 △ 이론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개별 사례나 체험담 △ 기대나 위기를 부추기는 너무 과장된 표현 등을 집었다.

◆ 키워드 독서법… "핵심어 간파가 관건"     

머리말을 기반으로 한 키워드 독서법도 주효한 속독법에 꼽힌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의 저자 나루케 마코토는 "어떤 책이든 머리말에 가장 공을 들인다. 따라서 머리말을 읽으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요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부분, 핵심만 골라 읽는 대충 독서법』을 쓴 김충만 작가 역시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본다'라는 느낌으로 머리말과 목차 등에서 핵심 키워드를 간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은 핵심어를 위주로 '두괄식'으로 서술된 경우가 많으므로 도입부에 적힌 키워드 위주로 읽으면 속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속독과 정독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올바른 독서법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가볍게 한번 읽고 넘어가도 될 내용이 있고, 여러번 읽어 곱씹어 보아야 이해가 가는 내용이 있다. 어떤 방법이 됐든 책의 해, 책의 날을 맞아 그동안 방치해뒀던 책을 집어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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