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때야 할까”
[책 속 명문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때야 할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4.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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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는 변화를 주도하는 큰 물결이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르는 자는 흥하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그런 힘 말이다. (중략) 하지만 설사 진짜 ‘대세’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0여 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른바 선진국 경제는 상호의존적인 협력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전화와 전보 같은 통신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각국은 적극적인 교류는 물론, 민주주의 제도의 확산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유럽 전체의 정치인, 지식인과 경제 지도자 모두 세상은 평화를 구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세기 초엽, 사람들은 이렇게 유럽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지만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 흐름에 대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런 힘을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예리하게 포착해내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폴란드의 은행가 이반 블로흐이다. 그는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아마추어 군사학자로서의 열정을 불태웠는데, 그 열정은 1899년 『기술·경제 및 정치적 측면에서 본 미래의 전쟁』이라는 여섯 권짜리 대작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전쟁을 겪은 적이 없었지만, 당시 세계에서 기관총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었던 듯하다.

블로흐는 책에 이렇게 썼다. “기관총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보병, 기병 위주의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병사들은 참호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기관총의 설계를 감안할 때 지상에서 전투를 치르는 병사들에 비해 참호 속 병사들은 네 배나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참호 위주의 전투가 시작되면 속도전을 수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투는 길고 지루한 소모전 위주로 탈바꿈할 것이다. 전쟁 기간이 늘어나면 참전국은 전통적인 전쟁보다 100배나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로 인해 참전국의 경제가 침체하면 국내 정세의 불안은 물론 심지어 혁명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떤 강대국도 기관총 시대에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기관총은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304~305쪽>

사실 인류는 기관총의 등장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블로흐는 왜 세계대전의 발발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신기술에 대한 인류의 적응력을 과대평가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술·경제 및 정치적 측면에서 본 미래의 전쟁』에 소개된 앞선 사상에 당시 사람들은 크게 호기심을 보이며 앞다투어 책을 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군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군대는 여전히 전통적인 전술을 고집했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후에야 유럽의 장군들은 기관총이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방어용 무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뿐만 아니라 기관총만 있으면 참호에서 싸우거나 몸을 숨기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기관총은 유럽 대륙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왜냐면 기관총을 대신해 탱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천하의 흐름을 파악해낸 블로흐의 예측은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306쪽>


『지식인』
완웨이강 지음 | 이지은 옮김│애플북스 펴냄 | 480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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