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성실 돈 많이 버는게 정의”… 재분배 위해 싸워라
“근면·성실 돈 많이 버는게 정의”… 재분배 위해 싸워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4.12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의 미래』 라이언 아벤트, “불평등은 당연한 게 아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수석 편집자이자 경제 칼럼니스트 라이언 아벤트는 『노동의 미래』에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자본 소유주들에게 부가 집중될 뿐만 아니라 고액 연봉자와 여타 근로자 사이의 소득 불평등이 지나칠 정도로 심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재분배와 관련된 정책이 지금까지 기대보다 훨씬 미흡했다”며 “높은 수준의 내부 재분배를 위해 힘겹게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벤트의 주장에 미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즈>의 경제담당 논설위원이자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는 “기술이 우리의 경제와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아벤트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 동시대인은 없다”고 말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불평등하다

세계가 지속적으로 불평등해진다는 사실은 각종 지표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1년간 세계적으로 증가한 부의 82%가 소득계층 상위 1%의 몫이었다. 반면 소득 하위 50%의 부 증가분은 0%였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를 비롯해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한 네트워크인 ‘세계부(富)소득데이터베이스(WWID)’에 따르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불평등이 심화된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되며 △상위 소득자들의임금이 하위 소득자보다 월등히 빨리 상승하고 △부유층은 부동산과 주식, 연금 등 자산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발표된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근로소득자의 절반(887만명)은 월급이 200만원 이하였으며 10명 중 3명(532만명)의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26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 소득자의 소득은 201만9000원인데 비해 상위 1%의 소득은 그 10배 이상이었다. 특히, 상위 1%가 받는 급여는 하위 30%가 받는 급여 총액과 비슷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 대기업의 75%이던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55%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결과 청년층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35.7%에 이르렀다.

아벤트는 “경제적인 불평등이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불안정해졌으며 일에 따르는 보수 역시 물질적 안녕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졌다”며 “그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와 마린 르펜 등과 같은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불평등 현상을 분석하는 내용으로 2014년 출간돼 인기를 끈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같은 경제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세계화·소수의 생산성 증가 탓

그는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를 자동화와 세계화, 그리고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증가라는 세 가지 트렌드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사무원과 점원에서 용접공에 이르는 특정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운전기사에서 법무 보조원에 이르는 노동자까지 더욱 많은 인력을 대체할 전망”이라며 “기계들은 더욱 능란해지고 있고 소프트웨어들은 더욱 영리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향상은 값싸게 자동화할 수 있는 인간 노동의 집합을 늘려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몇몇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의 생산성과 부를 막대하게 신장하고 있다. 전에는 더 많은 인력이 있어야 성취 가능했던 일을 단독으로 혹은 소수가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즉, 상위 1%에게 부가 편중된다. 아벤트는 “이제 과학기술 덕분에 소규모 금융자산 관리팀이 방대한 펀드를 운용할 수 있고, 고도로 숙련된 강사들은 수백만의 학생이 몇 차례건 거듭 수강할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수백 또는 수천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의사나 간호사도 전보다 많은 수의 환자를 치료하고 돌볼 수 있으며, 변호사 역시 전보다 많은 양의 소송 관련 증거를 도출할 수 있고, 연구원은 전보다 많은 양의 자료를 조사하고 더 많은 가설을 좀 더 빨리 테스트할 수 있다. 그는 “전보다 적은 수의 전문가가 전보다 많은 일을 수행한다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근면·성실하면 후하게 보상하는 것이 정의… 부의 재분배 필요

아벤트는 “어떤 식으로든 저생산성 노동자의 소득이 1인당 평균 생산 성장률에 뒤지지 않도록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욱이 저생산성 노동자들은 재분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며 “과도한 소득의 불균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제 정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 정의’란 “근면과 성실에 대해서는 후하게 보상해야 하지만 단지 운 좋게 생산성이 높고 시장 지향적인 나라에서 재능을 타고난 것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국가에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기는 매우 힘들고 대부분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게 하려면 국가 공동체가 ‘재분배의 필요성’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정치인들은 계층별로 나눠지고 국민들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나눠져 재분배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 그는 “재분배는 민족적 혹은 국민적으로 응집성을 갖춘 정치 단위 내에서 가능할 것”이라며, 민족 및 공동체의 유대가 강한 북유럽 국가에서 실험적이고 관대한 복지 정책이 출현하는 경향을 예로 들었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라는 말이 유행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생은 불공평하며 그 불평등한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아벤트의 설명대로라면 이러한 상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의 영향으로 지난 어떤 시기보다 악화될 것이다. 지금부터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싸워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