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O" 예술가들의 축제 ‘펜월드보이스’… 황석영도 참가
"트럼프 NO" 예술가들의 축제 ‘펜월드보이스’… 황석영도 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4.1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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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EN AMERICA 홈페이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매년 이맘때쯤이면 문학의 힘으로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펜 아메리카(Pen America)가 뉴욕에서 ‘펜 월드 보이스 축제(Pen World Voices Festival)'를 주최한다. 50여개국 이상에서 온 작가들이 이 축제에 모여 세계적으로 중요한 인권 문제를 논하며 이러한 이슈는 큰 화제를 모은다. 올해 펜 아메리카가 주목하는 문제는 트럼프 정부를 비롯한 각국의 독재 문제다.

이 축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과 세계 사이에 대화 채널을 넓히기 위해 처음 열렸으며 창립 이래 118개국의 1800여명의 작가와 예술인들이 모여 세계의 인권문제를 논했다.

지난해(13회)에는 ‘젠더와 힘’을 주제로 다뤘다. 일각에서는 그해 10월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에 ‘펜 월드 보이스 축제’가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 아닌가 말할 정도다.

올해 주제는 ‘저항하고 다시 상상하다(RESIST & REIMAGINE)'이다. 미국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일부 국가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이 주제는 펜 월드 보이스 축제의 주최 측인 펜 아메리카가 지난 2월에 한 행동과도 연관된다. 펜 아메리카는 65명의 작가들과 함께 지난 2월 시리아를 비롯한 대다수의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막은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편지를 트럼프에게 보냈다.

펜 아메리카는 편지에서 “작가와 예술가로서, 우리는 2017년 1월 27일의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움직임의 자유와 국제 예술 및 아이디어 교환의 자유를 손상시키는 어떤 대안적인 조치도 도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펜 아메리카에 동참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슬림 국가 출신 7명이 90일간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모든 난민이 120일 동안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게 하고 △시리아로부터의 입국을 영구적으로 막은 사실을 비판했다. 펜 아메리카는 “당신(트럼프)의 1월 행정 명령으로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고, 예술가와 사상가는 자유로운 교류를 하지 못했다”라며 “테러와 억압에 맞서 싸우려면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대화가 필수적이다”라고 적었다.

축제는 미국 시간으로 4월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며 작가들이 강연하거나 토론하는 것을 일반인들도 볼 수 있다. 89개의 강연이나 토론으로 구성된 축제 세션은 대부분 무료이며 일부는 4만원 아래 가격 선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인 4월 16일에는 ‘지하 철도 난민’과 ‘이민 문제’, ‘노예 제도의 잔재’, ‘유아 살해’ 등을 주제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미국의 주간잡지 <뉴요커>의 칼럼니스트이자 『Paris to the moon』의 작가 애덤 곱닉 등이 이야기를 나눈다. 참가비는 35달러다.

4월 20일에는 ‘내부 분열 증가’, ‘경제 및 교육 불평등 증가’,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증가’, ‘유색인종의 감금 비율 증가’, ‘백인 우월주의의 부활’ 등의 문제를 미국에서 유명한 저널리스트와 시인 등이 논한다.

19일과 20일 세션에는 소설가 황석영도 참여한다. 19일에는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이여’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케냐, 폴란드 등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독재 치하에서 억압받은 역사와 그에 저항한 이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20일에는 정치 상황 같은 외부 환경으로 인해 파괴된 삶 속에서 글이 지닌 힘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이루지 못한 삶’이라는 주제로 토론한다.

지난해 ‘젠더와 힘’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불가능한 동화』, 『얼음의 책』 등의 작가 한유주와 『조이와의 키스』를 쓴 배수연이 초청을 받았듯, 올해는 ‘저항하고 다시 상상하다’는 주제와 맞게 소설가 황석영이 초대된 것으로 보인다. 황석영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몸으로 체험한 작가이다. 저서인 『개밥바라기별』, 『수인』 등은 불합리에 저항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황석영의 삶은 자전 소설인 『수인』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했다.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겪고 4·19혁명 때 소중한 친구를 잃은 뒤 젊은 날을 방황으로 보내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유신독재의 어둠에 맞서 동료들과 함께 저항하다 5·18 광주항쟁을 맞았고,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1989년, 분단된 한반도의 금기를 깨고 방북을 결행해 공고한 분단체제에 충격을 던졌다. 4년의 망명을 거쳐 귀국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됐고 5년간의 엄혹한 수인생활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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