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랑받은 46점 명화 다시 보기
오래 사랑받은 46점 명화 다시 보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4.09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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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내가 사랑한 명화』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아들의 아버지』등 유수의 작품들로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을 아로새긴 소설가 김원일이 새로 쓴 책 『내가 사랑한 명화-김원일의 미술 산문집』이 출간됐다. 제목처럼 작가가 평생에 걸쳐 사랑해온 그림(또는 조각) 46점이 걸린 마음 속 화랑을 순회하며, 그림이 거는 말이나 그 그림에 하고 싶은 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추적하고 그려낸다.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오래 사랑받은 46점의 명화들이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살아 있는 이미지로 새롭게 읽힌다. 내성적인 소년 시절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 소설가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출판사>

네덜란드 출신 화가 고흐는 베토벤이나 도스토옙스키 못지않은 굴절 많은 생애를 살았고, 고통스러운 집념 끝에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한 후 홀연히 세상을 떠난 화가다. 너무나 인간적이었기에 불행했던 위대한 화가로, 그의 짧은 생애야말로 인간 존재의 모든 양태를 집약하고 있다. '씨 뿌리는 사람'은 고흐가 자살하기 2년 전, 1888년 11월에 완성한 그림이다. 당시 극도로 예민해진 고흐의 심리를 반영하듯 다른 그림보다 유난히 거칠다. 또 실재하지 않는 무거운 푸른색을 입힌 것 또한 심리적 불안 탓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출판사>

세잔은 젊은 시절부터 그의 고향에 있는 용머리처럼 생긴 험준한 생트빅투아르산을 즐겨 그렸고, 만년에는 세밀한 관찰 끝에 여러 각도와 실험적 방법으로 그 산을 집중적으로 묘사했다. 수채화풍의 '생트빅투아르산'은 가볍게 쓱쓱 그은 붓질이 숲·땅·집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흐려놓고 있다. 졸린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듯, 아니면 이중 구조의 복합 시점으로 대상을 파악한 느낌이다. 누구보다 사실 자체를 충실하게 묘사할 수 있는 세잔이 왜 그런 엉뚱한 시도를 했을까? 세잔이 말년에 시도한 일련의 독창적인 화법이야말로, 큐비즘과 추상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출판사>

'이삭 줍는 여인들'은 밀레가 파리 교외 바르비종에 정착해 몸소 농사를 지으며, 그곳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진지하게 관찰한 끝에 얻은 성과물이다. 밀레는 농민들의 노동과 휴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린 첫 번째 농민화가였다. 햇볕 좋은 대지를 배경으로 열심히 일에 열중하고 있는 '이삭 줍는 여인들'의 움직임에서 전형적인 농촌 아낙의 품위를 느꼈다고 저자는 전한다. 

호머의 '여름밤'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출판사>

호머는 미국 보스턴 출신이다. 처음에는 주간지에 목판화 일러스트를 기고했으나, 남북전쟁 때 북군으로 참전해 유화로 전쟁 그림을 그렸다. 1870년대 후반에는 북해 인근의 영국 북동부 타인머스에서 북해의 험한 파도와 맞서는 고독한 생활을 견뎌냈다. 호머는 거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1880년대 초부터 대자연의 힘과 인간의 대비에 초점을 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름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그려졌으며, 대자연 속에서의 삶의 소박한 행복, 정겨움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사랑한 명화』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27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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