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사냥” 제주 4.3 사건의 기억… 지슬·레드헌트·순이삼촌
“빨갱이 사냥” 제주 4.3 사건의 기억… 지슬·레드헌트·순이삼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4.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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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나라에 무고한 3만명이 희생당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70년 전 제주도에서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학살은 매화가 피고, 유채와 동백이 피는 봄에 시작돼 7년 7개월간 계속 됐으며 당시 제주 인구의 10%인 약 3만명이 국군의 총구에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4.3사건의 비극은 당시 힘없는 우리나라가 자초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 전략적 요충지였던 제주도는 일본인들과 일본인을 따르는 경찰들이 수탈하고 지배했다. 그러나 문제는 1945년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지배를 받는 중에 정부는 일제강점기 경찰을 다시 등용해 제주도민을 더 심하게 착취했다.

정부의 극심한 수탈과 착취에 반감을 가진 제주도민들이 경찰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1947년, 전국적으로 기미독립만세운동(3·1운동) 28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일어났고 전국은 좌우로 나뉘어 서로를 규탄했다. 제주도민들은 이 시위에서 정부를 비난했다.

이날 기마 경관이 탄 말에 한 어린아이가 채이고 기마 경관이 그대로 가버리려고 했던 사건이 4.3 사건의 발단이었다. 아이 주변으로 군중이 모여들자 경찰은 군중이 경찰서를 습격하려는 것인 줄 알고 민간인에게 발포한다.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자 이에 분노한 제주도민들은 3월 10일부터 민관 총파업을 일으킨다.

이후 제주도민들은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정부에 반발한다.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공권력 폭력에 저항하고 남한 단독 선거에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시작됐다. 무장을 한 제주도민 300명은 경찰서를 습격한다. 이에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를 ‘빨갱이 섬’이라고 규정하고 1948년 11월 17일 계엄령을 선포, 군대를 동원해 제주도를 피로 물들인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는 참혹했다. ‘중간산 마을 초토화 작전’ 등 군사 작전을 겪은 한 피해자는 “제주도에 불이 안 붙은 곳이 없었다”며 “어두운 밤에도 하늘이 붉은 색이었다”고 증언했고 다른 피해자는 “피가 흙을 물들여 온 흙이 검었다”며 “사람을 보면 무조건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세워놓고 기관총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은 동굴 등 숲속에 숨어 지냈다.

7년 7개월의 학살이 일어난 후 몇 년 동안 제주도민들은 ‘빨갱이’라고 차별받았다. 공부를 해도 연좌제에 걸려 취직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단지 불합리한 정부에 정당하게 반발했을 뿐이고 포용할 줄 모르는 정부는 전체주의에 빠져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다.

제주 4.3 사건 후에도 부당하게 차별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결코 완전히 이해하지도 공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이 이 땅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참상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 제주 4·3 사건을 기록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소설 이 있다.
 

#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2)

제주 출신인 오경현 감독의 흑백영화로 4·3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이 겪은 참상을 핍진하게 담아냈다. ‘지슬’은 제주 사투리로 ‘감자’를 의미한다. ‘감자’는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마을 주민들은 ‘큰넓궤’라는 동굴에 숨어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 감자를 나눠 먹는다. 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죽으면서까지 감자를 품에 안았으며, 그 아들은 어머니가 품에 안은 감자를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군인에게 강간당한 여자아이에게 한 군인은 동료들 몰래 감자를 가져가 먹이려하고, 제주도 주민들은 탈영하다 부상당한 군인에게 감자를 건넨다. 영문도 모른 채 정부의 지시를 받아 마을 사람을 ‘빨갱이’로 규정하고 학살하는 군인들도 감자를 귀중한 식량으로 여긴다. 영화에서 감자는 인간애, 사랑, 평등 등을 상징하며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행한 학살을 더욱 비정상적이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한편, 영화의 부제가 ‘끝나지 않은 세월2’인 이유는 4·3사건 당시 한때 친구였던 이들이 무장대와 경찰이 된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찍다가 사망한 김경률 감독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김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은 4·3사건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극영화로, ‘지슬’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 레드헌트 (1996)

이 다큐멘터리가 1997년 제 2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다는 이유로 조성봉 감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3개월간 복역했다. 서울인권영화제 서준식 집행위원장 역시 이 다큐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구속당했다. 정부가 이 다큐의 상영을 막아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려했던 이유는 이 영상이 실제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헌트’는 말 그대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주도민들이 당한 ‘빨갱이 사냥’을 의미한다. 참혹했던 제주의 7년 7개월을 기억하는 노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 순이삼촌 (1978)

소설 『순이삼촌』은 4·3사건의 진실을 최초로 폭로했다. 작가 현기영(77)은 소설집이 나온 해에 군 수사기관에 끌려가 3일 동안 고문을 받고 투옥됐다. 그 다음해에도 일주일간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 받았고, 그의 소설은 그해 판매 금지됐다.

현 작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4·3을 쓰지 않고 다른 것을 쓸 수 없는 것은 제주 출신인 내 염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쓴 소설 때문에 갖은 고초를 당하고 술만 마시고 지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꿈에 나온 소복 입은 아주머니였다. 작가에게 “일어나라!”고 외친 그는 작가가 창조한 소설 속 주인공 ‘순이삼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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