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인가...제주4.3사건, 세월호 침몰, 4.19혁명
‘4월은 잔인한 달’인가...제주4.3사건, 세월호 침몰, 4.19혁명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4.02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민들이 2일 열린 '완전한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도민 결의대회'에 참가해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박정욱 기자] 어느새 4월이다. 4월은 여러 소식을 쏟아내며 요란하게 문을 열었다. 4월의 첫날(1일)은 만우절이자 부활절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만우절을 맞아 자신의 트위터에 “부활절 달걀까지 판매하면서 자금 조달에 애썼지만, 슬프게도 테슬라는 완전히 파산했다”고 적었다. 만우절 농담이었다. 그는 노숙자로 전락한 자신의 사진까지 올렸다. ‘파산!’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박스를 덮고 테슬라 차량에 기대 잠자는 모습이다. 만우절 거짓뉴스는 이제 건조한 생활에 단비를 내리는 단골 메뉴가 됐다.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도 4월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남한 예술단은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2005년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평양공연을 펼쳤다.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부부까지 참석해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을 즐겼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행사로 열려 ‘한반도의 봄’ 분위기를 다졌다. 이 공연의 부제가 ‘봄이 온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 예술단의 유일한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을 언급하며 K-팝에 관심을 나타냈고 남한 출연진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같은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전국을 수놓은 화사한 벚꽃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4월에 즐거움과 기쁨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4월이 되면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3일은 ‘4.3희생자추념일’이다.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일어난 대규모 학살사건(제주 4.3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만큼이나 아픈,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이다. 올해는 4.3사건 70주년이다. 이날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한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추모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관련 서적들도 잇따라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 시인 90명의 4·3 70주년 기념시 모음집 『검은 돌 숨비소리』가 나왔고, 1980년대 4·3사건을 알리는 역할을 한 이산하 시인의 장시 『한라산』도 복간됐다. 허영선 시인이 들려주는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등 기존 출판 서적도 주목받고 있다. 제주의 바다와 유채꽃, 풍경만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 4.3평화공원기념관’ 등 유적지와 기념관을 찾는 ‘4.3 여행’을 주제로 제주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4주년을 맞는 날이다. 2014년 4월 16일, 친구와 자식을 떠나보낸 이들은 아직도 슬픔에 잠겨 눈물을 거두지 못하는데, 그들을 차가운 바다로 보낸 어른들은, 책임자들은 여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7시간의 미스터리’는 이제야 조금씩 진실을 찾아가는 시늉을 하고 있다. 거짓말과 거짓 해명이 뒤섞인 실타래는 언제나 풀릴지.

19일 ‘4.19 혁명기념일’까지 더해지면, 4월은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오롯이 껴안았던 것만 같다. 그래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영국시인 T.S.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제1차 세계대전 뒤 황폐한 유럽의 모습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마치 이 나라의 역사를 내다본 예언 같다. 그렇다고, ‘잔인하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황무지’는 ‘평화, 평화, 평화’로 끝나지 않던가. 희망의 노래는 어디에서나 울려 퍼진다. 그것은 생명의 원천과도 같다.

2일부터 한 달 동안 임시국회가 열린다. ‘4월 임시국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4당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4월 임시국회 시작과 관련해 “법안도 많이 처리하고 개헌문제까지 챙기는 좋은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헌법개정,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할 일이 많은 국회이다. 국회가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