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의 시각으로 보는 『불편한 미술관』
프로불편러의 시각으로 보는 『불편한 미술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30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해 ‘프로불편러(pro+불편+er)’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대다수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누군가를 ‘프로불편러’라고 부르는 데는 비꼬는 감정이 담겨 있다. 굳이 불편한 점을 지적당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프로불편러'의 불편한 감정은 귀찮음이자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이 '프로불편러'의 지적을 불편해하더라도 '프로불편러'는 필요하다. 누군가는 '프로불편러'가 지적하는 불편함에 고통 받고 있고, 지구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모른 채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여성 차별이 심하다”고 책을 시작한 『불편한 미술관』의 저자 김태곤 역시 미술계에서 대다수가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프로불편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불편을 제기한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 고전 문학을 공부했으며 역사·문화 관련 저작 활동도 활발히 했다. 저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어린왕자의 귀환』,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시대』 등에 담긴 역사·문화 지식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문제 제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

저자가 “어째서 그림 속 여성은 나체인 경우가 많을까?”라고 질문했을 때 ‘나는 왜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지 못했을까’ 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5장에서는 성서에 등장하는 수산나와 그를 강간하려는 두남자를 묘사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으로 해설하고 있다. 게르치노의 그림에서는 수산나를 강간하려는 남자가 관객을 향해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는데, 이는 수산나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2차 가해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반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같은 장면을 철저히 관객과 분리되게 그림으로써 관객이 피해자인 수산나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이처럼 인권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작가는 “불편함을 방치하면 그 불편함이 당신을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며 “불편함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미술관에 유독 여성의 누드가 많은 이유로 남성 관객들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니라 판타지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성들에게 여성은 야할수록 더 거룩하고 거룩할수록 더 야하다. 같은 남성끼리는 좀처럼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콜비츠의 자화상과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하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 관객들의 시선을 비교했다. 일부 남성 관객들은 콜비츠의 자화상을 ‘여성의 자화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볼 때는 한 ‘남성’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콜비츠의 자화상을 볼 때 역시 성별이 아닌 인간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화가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외설이냐 아니냐는 미술품에 그려진 여성의 노출이 기준이 아니라 여성을 인격체로 대했느냐 성적으로 대상화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미술작품에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장애인 차별, 이주민 차별, 성소수자 차별, 노인 차별 등을 지적했다.

『불편한 미술관』은 예술을 대하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권의 영역을 예술로 확장하며 인권이 어디에나 적용되는 기본 가치임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마주치는 차별의 문제는 선과 악의 대립보다 ‘배려하는 생활’ 대 ‘무신경한 태도’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앎과 모름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미리 알면 가해자가 되지 않지만 잘 모르고 있다가는 가해자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지구라는 공동체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게는 불편한 미술계의 이야기에서 크게는 인권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인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책과 마찬가지로 국가인권회가 기획하고 10만부 이상 팔린 『불편해도 괜찮아』와 『불편하면 따져봐』를 먼저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불편한 미술관』
김태권 지음│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 펴냄│276쪽│16,000원

*해당 리뷰 기사는 <공군> 3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