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모든 기본적인 명령에 복종하도록 가르침을 받고 난 후 전문적인 훈련사에게 ‘똑똑한 불복종’을 배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길을 건너기 위해 안내견에게 차도로 내려서라고 명령할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소리도 없이 다가오면 개는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
복종을 가르치는 것은 사회화 과정의 일부로써 어느 문화권에나 있다. 그 결과, 성인이 돼서도 조직의 명령 체계 속에 내재된 공식적인 권위에 잘 따르게 된다. 그러나 지시를 내리거나 규칙을 정하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실수를 한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에게 차가 오는데도 길을 건너라고 한 것처럼 명령이나 규칙의 근거로 삼은 정보가 불완전할 수 있고,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 의도는 훌륭하더라도 그들의 상황 인식과 판단력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혹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지시나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업, 정부기관, 군대 등 여러 곳의 종사자들이 문제를 축소하라는 압력에 굴복해 불필요한 손실을 만든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역사 속의 수많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그저 명령을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종이 초래하는 문제들을 막기 위한 ‘똑똑한 불복종’을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까지 잘 논의되지 않았으며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지난 15년 동안 ‘똑똑한 불복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이 ‘단순히 지시를 따름으로써’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똑똑한 불복종
아이라 샬레프 지음 | 최수정 옮김│안티고네 펴냄 | 296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