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실화… 협회는 전화 받지 않는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실화… 협회는 전화 받지 않는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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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의사와 함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종사자를 다룬 코메디컬(Comedical)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화제다. 드라마는 대부분의 물리치료사들이 겪는 고충을 담았고 현직 물리치료사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물리치료사들이 겪는 고충들은 과거부터 문제가 돼 왔었지만 협회 등의 노력이 부족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22일 공개된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는 환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물리치료사의 모습이 공개됐다. 한 환자는 물리치료사에게 “선생님 나랑 한번 자자니까요”, “저리 가 이년아 누가 너랑 자재?”라고 말했다.

예고편에 나온 물리치료사가 겪는 힘든 상황은 말 그대로 예고편에 불과하다. 극중 주·조연인 이준혁, 신민호, 서현철, 이유비, 이채영, 김재범은 모두 물리치료사이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들이 겪는 고충이 등장할 예정이다.
 

물리치료사 고충, 현실과 다르지 않아

물리치료사들은 드라마에서 나온 장면과 비슷한 상황을 현실에서 겪고 있었다.

여성 물리치료사 A씨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자 물리치료사들은 성폭력에 노출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리치료사는 필연적으로 운동치료, 도수치료(손을 이용한 치료) 등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신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 한다”고 말했다.

야한 농담을 하며 성희롱을 하는 남성 환자는 기본이다. 여성 물리치료사 B씨는 “드라마에 나온 것과 다르지 않다”며 “‘그쪽한테만 받고 싶어’, ‘손맛이 좋아’, ‘나랑 잘래?’ 등보다 심한 농담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환자가 그런 말 안 했다고 하면 그만이니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대놓고 신체접촉을 하는 남성 환자들도 있다고 했다. 노인 치료를 담당한다는 물리치료사 C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 성적으로 민감하게 하는 부분이 많다”며 “나이가 드셔서 정신이 좀, 판단이 흐리실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수치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성 환자와 신체접촉을 피하기 위한 노하우들도 있었다. 물리치료사 A씨는 “여성 물리치료사의 경우 신체 접촉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치료 도중 가슴 쪽에 배게 같은 것을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 B씨는 “치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환자와 신체 접촉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성 물리치료사들은 여성과 다른 고충이 있었다. 남성 물리치료사 D씨는 “주변 남성 물리치료사들이 여성 환자들에게 고소를 많이 당한다”라고 말했다. 정당한 치료를 하는데도 신체 접촉이 불쾌하다고 생각한 환자들이 고소를 한다는 것이다. D씨는 “고소를 당하는 물리치료사 중에는 실제로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매일 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사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성 환자는 남성 물리치료사가, 여성 환자는 여성 물리치료사가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화를 받지 않는 협회… 치료사들의 권리는?

물리치료사 C씨는 “이런 피해를 당하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여전히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협회가 연락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물리치료사도 “협회 사이트를 들어가도 문의가 잘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거나 고소를 당해도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최 연락이 안 된다”는 말에 대한물리치료사협회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상담시간이라고 적혀있는 오전 9시에서 15시 사이에 4시간 동안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본 결과 통화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 협회가 오늘만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닌 듯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의 페이스북 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협회 전화번호로 수십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들리는 소리는 ‘점심시간이다’, ‘퇴근 시간이다’, 기한 없는 통화 연결음...... 댁들도 협회 일 하면서 돈 받아 갈 것 아니요. 그럼 일 좀 하세요!”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물리치료사 D씨는 “대한물리치료사협회에 권익정책관련 문의를 하려고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우리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협회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협회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청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일은 안 하면서 국민한테 좋게 보이고는 싶나보다”고 비난했다.

‘드라마가 재밌으려면 주·조연이 끊임없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도 첫 방송부터 ‘재밌다’는 평이 많다. 그만큼 주·조연이 처한 수많은 고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주·조연들처럼 실제 물리치료사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다. 정부와 협회는 각성하고 ‘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같은 드라마가 애초에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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